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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력으로 패션위크에서 두각 ‘모델 송설희’

조회6,004 등록일2018.12.13 2018.12.13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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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러 가던 길,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조금은 울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보나마나 코트 양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는 고개는 바닥을 향해 있었겠지. 요즘 들어 부쩍 그랬다. 갑작스레 짧아진 낮 때문인지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는 허무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셋 모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도 설렘도 많이 잦아들긴 했다. 원대한 포부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이유 없이 들뜰 수도 없는 시기이기다 보니 내 속으로 침잠한 듯한 느낌이었다. 인터뷰이 앞에서야 프로로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이런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수고를 덜해줄 그런 하루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어렵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에 잘 맞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기를 바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상큼한 눈웃음으로 나를 맞이하며 인사를 건넸던 인터뷰이를 보는 순간 오늘은 왠지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모델 송설희는 인터뷰가 시작되고 나서도 첫인상 그대로였다. 오랜 만에 만나는 동창과 근황토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차이가 나는 후배이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무릎을 자꾸만 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덕분에 인터뷰 말미에는 왠지 모를 고마움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았다. 그것마저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프로필>

경력
2018 2019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하이서울패션쇼 SORRY TOO MUCH LOVE, 블랭크 패션쇼 모델 
2018 2019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MINJUKIM, MAXXI.J, studioseong 패션쇼 모델 
2018 2019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GRAPHISTEMAN.G, VIBRATE, R.SHEMISTE 패션쇼 모델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PUSHBUTTON, BOURIE 패션쇼 모델
SNS 인스타그램@sso._.oss



 아주 예전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드려보도록 할게요. 모델의 꿈을 처음 꾸기 시작했던 때를 기억하세요? 

어릴 때부터 모델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거나 준비를 오래 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저 학창시절부터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모델하면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나랑 잘 맞을까 해도 괜찮을까 하는 정도의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도슈코(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다보니까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게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뽑히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해 볼만 하겠다는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좀 봤던 것 같아요. 큰 자신감은 아니고요. (웃음) 그 후로는 진로를 이쪽으로 결정을 하고 대학도 관련학과로 진학을 했어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패션위크를 통해 데뷔의 꿈을 이루게 되었고요. 

 사실 사회에서는 일을 하는 프로이지만 학교에서는 또래들처럼 학생의 신분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괴리감을 느끼시는 분도 계시고 오히려 이중생활을 하듯 그 간극을 즐기는 분도 계신데 설희씨는 어떠셨어요? 

저는 대학생활이 잘 맞았어요. 덕분에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한 편이었고 졸업을 하는 동시에 이제 더 이상 학생의 신분은 아니라는 게 좀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아무래도 일과 병행을 할 때는 그래도 돌아갈 곳도 있고 기댈 곳도 있잖아요. 그런 울타리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패션 자체에 크게 흥미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설희씨는 원래부터 옷에 관심이 좀 있으셨나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어리지만 (웃음) 더 어릴 때는 진짜 블링블링하고 화려하고 센 콘셉트를 좋아해서 튀는 옷을 많이 입고 다녔어요. 지금도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고 패션위크 때도 그런 옷차림으로 사진이 찍히기도 했는데 예전만큼은 아니예요. 포인트는 살리되 잘 묻어갈 수 있게끔 조절을 하는 편이고 때로는 단정한 룩을 시도할 때도 있어요. 아마도 모델이 되어서 여러 브랜드의 의상을 소화하다 보니 정반대의 콘셉트도 저와 잘 맞는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델로서의 활동이 개인적인 취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이번이 두 번째로 경험하는 패션위크 시즌이라고 알고 있어요. 많은 쇼에 서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진짜 감사하게도 생각지도 못하게 여러 브랜드에서 저를 선택해주셔서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일단 지난번에 했던 브랜드에서 또 불러주시면 제가 뭔가 그래도 잘했다는 뜻인 것 같아서 더 기쁘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언젠간 다시 또 작업할 기회가 오도록 잘하고 있어야겠다고 저를 다잡게 되어요. 스케줄이 빡빡한 편이기는 했는데 더 바빠도 될 것 같아요. (웃음) 몸은 좀 고되겠지만 기분은 진짜 좋을 것 같거든요. 모든 모델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그간 열심히 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도 많이 축하해주고 격려해주던가요? 

사실 좋은 일이 있어도 주변에 말을 잘 안하려고 하는 편이예요. 저도 일을 막 시작하는 시기에는 왜 내게는 섭외가 오지 않을까 나는 왜 다른 모델들에 비해서 기회가 별로 없을까 라는 생각에 힘들었거든요. 그럴 때 일이 잘 풀리는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괴감도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냥 좋은 일이 있으면 혼자 기뻐하고 조용히 있으려고 노력해요. 그게 남에게는 의도치 않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요. 

 다양한 콘셉트의 쇼를 소화하셨지만 본인은 어떤 이미지의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해요. 

사실 저도 그게 궁금해요. 한 번 여쭤볼걸 그랬어요. (웃음) 저의 어떤 점을 좋게 봐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떤 그림을 그리시고 제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주신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할 뿐예요. 주변에서도 저를 딱 어떤 이미지가 장점이라고 이야기 해준 적은 없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직까지는 다양한 느낌을 소화할 수 있어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센 느낌만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성적인 느낌도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모델이라면 자신만의 독보적인 느낌이나 개성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주어지는 콘셉트에 맞춰서 변화를 잘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제 색깔과 어우러질 수 있게 다듬어나가려고요. 




 지금의 모습이 한 번에 만들어진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모델들은 시즌마다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메이크오버를 위해 많이 고민하는데 설희씨도 그런 편인가요?

항상 신경을 써요. 왜냐면 트렌드라는 것도 있고 스스로도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하고 있는 머리색깔도 메이크오버를 통해서 나온 거예요. 원래는 흑발이었는데 주위에서는 절대 탈색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웃음) 그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요. 그런데 제가 한 번 노랗게 색깔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요. 

 패션위크라는 기간이 참 하드하다고 느껴지는 게 마지막 날 오면 모델들도 그렇고 관계자분들도 그렇고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더라고요. (웃음)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주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신경 쓰셨나요?

다이어트죠. (웃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물론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최대한 말라보일 수 있게 체중감량을 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 하고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원래 제가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준비기간 때부터 아예 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니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먹고 싶은 걸 메모를 해놓았다가 참으면서 패션위크가 끝나기를 기다려요. (웃음) 

 모델의 경우 많은 분야의 일들을 접하게 되는 데요. 그중에서도 크게 화보촬영과 영상촬영 그리고 런웨이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셋 다 고유의 장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분야는 어떤 건가요?

사실 셋 다 좋기는 한데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사진촬영이 좀 더 높은 것 같아요. 이상하게 매력이 잘 어필되는 느낌이거든요. 영상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하고나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이어지듯이 포즈를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런웨이야 두말 할 것 없이 멋진 의상을 입어볼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진짜 매력적이죠. 

 저는 사실 사진촬영이 아직도 어렵고 자신이 없는데요. (웃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잘 찍힐 수 있을까요? 설희씨만의 노하우를 좀 들려주세요.

화보도 그렇게 셀카도 그렇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얼굴 자체가 정말 예쁘고 완벽하다면 상관없겠지만 어쨌든 사진에 잘 나오는 부분이 따로 있거든요. 평소에 틈틈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장점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그쪽을 위주로 촬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어색해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카메라가 있다는 걸 너무 의식해서 얼게 되면 자연스럽지 않아서 어떤 표정을 해도 이상해 보일 수 있거든요. 대단한 팁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모델활동을 하는 분들은 혼자서 모든 걸 척척해내는 경우도 있고 에이전시에 소속되어서 함께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설희씨의 경우에는 둘 다 경험해 봤잖아요. 크게 느껴지는 장단점이 있던가요?

프리랜서로서도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저도 경험해 봤으니까 충분히 혼자서도 활동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소속감이 사라지다 보니까 홀로서기에 대한 부담감이 좀 컸고 아무래도 좀 자기관리가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보니까 누군가 조언도 해주고 새로운 기회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그때 에이전시에 들어오게 되었고 사실 고민을 전혀 안 한 건 아닌데 지금은 만족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회사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나와 잘 맞는지를 고려해서 들어가면 동료들도 얻을 수 있고 다양한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좀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요즘 해외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모델들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설희씨도 해외진출에 관심이 있는 지 궁금해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도전해 볼만한 좋은 기회라고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더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해외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저는 그 정도로 크게 이룬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위에서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금전적인 것도 그렇고 또 한국에서의 커리어 적인 면에서도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서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다양한 무대에 서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꿈의 무대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긴 해요. 저는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욕심을 좀 내보자면 더 많은 쇼에 섰으면 좋겠고요. 한 번 불러주셨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또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임팩트있는 화보촬영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왔는데 더 다양한 콘셉트로 송설희라는 모델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멋진 결과물이 사람들이 많이 보는 매거진에 실려서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연구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자, 이제 2018년이 거의 다 갔어요. 올 한해 계획을 여쭤보고 싶었는데 안 될 것 같아서 질문을 좀 바꿔봤어요. 2018년은 본인에게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으세요?

돌이켜보면 올 한해에는 뭔가 새로운 기회들이 제게 많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아직 한 달이 좀 넘게 남아있지만 마무리만 잘 짓는다면 2018년은 정말 행복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저희 부모님과 에이전시 식구들 그리고 패션위크를 통해 송설희라는 모델이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녀를 만나고 돌아와서 천장을 보고 누운 밤. 가만히 떠올려봤다. 노랗게 탈색이 된 머리. 웃을 때 살짝 반달이 되는 눈.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녀는 자신만만하기 보다는 겸손한 사람. 진중하기 보다는 쾌활한 사람에 가까웠다. 자신을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답변하기를 머뭇거렸는데 어쩌면 나는 알 것 같았다. 모든 걸 다 떠나서 함께 있으면 절로 기분 좋아지고 왠지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은 긍정에너지를 주니까. 아마도 송설희를 선택한 관계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를 무대에 세우면 어쩌면 전에 없던 반응이 올 지도 모른다고. 그 정도의 희망적인 상상을 하게 만들고도 남으니까 말이다.  


글 l 최하나 사진 l 신화섭 (스튜디오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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