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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하이패션과 커머셜을 오가는 모델 패트릭 김

조회1,865 등록일2017.12.22 2017.12.22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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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못됐다. 사전에 인터뷰이의 정보를 가지고 내 머릿속으로 원하는 인물을 만들어놓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 했던 것 같다. 패트릭 김이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혈혈단신 타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성공을 한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딘가 아프고 짠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내 멋대로 상상했나 보다. 그래서 그를 만났을 때 외롭지 않았냐고 슬럼프는 어떻게 이겨냈냐는 식의 질문을 자꾸만 던졌다. 물론 그 속에는 내가 겪었던 똑같은 아픔을 이해받으려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비껴나가고 상상을 벗어났다. 혼자 되었음을 즐겼노라고. 솔직히 말해 그 어디에서든지 완벽하게 홀로인 적은 없었다고. 슬럼프를 겪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느라 즐거웠다고 했다. 그런 그가 어쩌면 속내를 내비치지 않으려고 한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나는 깨달았다. 그의 세상은 재단하기 힘든 별모양과 같으며 네모반듯한 인생과는 다르다는 걸. 



▶ 글로벌한 모델이라는 수식어 






 패트릭 김을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앞으로 알아갈 분들을 위해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작품이나 활동을 직접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바로크라고 해서 다크웨어 위주로 착장을 하는 쇼가 있었어요. 분위기가 저랑 잘 맞아서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또 키미제이 브랜드에서는 무채색의 옷을 입고 런웨이에 섰고요. 화보는 얼마 전에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함께 진행했고 밀라노에 있을 때 로마에 가서 커피 브랜드 촬영을 했는데 밖에서 하는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공항에서 진행을 해서 비행기 타고 바로 돌아와서 진짜 공기만 마시고 돌아왔죠. (웃음) 



ⓒ 패트릭 김 인스타그램


 그간 해왔던 작업 중에 정말 잊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좋거나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라드호란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패션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 알 정도로 유명한데 쇼에 설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모델에 대한 대우가 좋더라고요. 그때 일정이 빡빡해서 밀라노와 파리를 오가면서 작업을 해야 했는데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즌 내내 그 브랜드에 서는 동양인은 저 혼자일 정도로 좋게 봐주셔서 그 점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고 들었어요. 한 나라에만 머문 게 아니라 태국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그렇게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영국에서는 학교를 다녔고 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비즈니스 때문에 머물렀어요.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연도 생기고 흥미도 생겨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요. 


 사실 여러나라에서 일을 하거나 산다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다른 점도 많고 적응하는 데 시간도 걸리는 편이고요. 

성향 자체가 의존적이기 보다는 독립적인 부분이 많아서 혼자 외국생활을 하는 게 많이 어렵거나 외롭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해외에서 살다 보니 쓰는 화폐나 언어만 좀 다르지 어딜 가나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곳에만 있기에는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 환경을 바꿔가면서 사는 게 재밌고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나와 가장 잘 맞는 나라가 있다면 어디 인지 좀 꼽아주세요. 

일단 영국이 언어적으로 제일 편하고 잘 통하는 편이고 서브컬쳐의 느낌이 아직 많은 곳이라 성향적으로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좋고요. 음식도 그렇고 특유의 문화나 분위기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대신 음식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태국음식은 어려워서 도전하질 못하겠어요. (웃음)



▶ 하이와 커머셜을 오가는 특별함 






 모델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또 쇼나 촬영 중 어떤 쪽의 활동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지도 좀 궁금해요.

모델일은 권유를 받아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잘맞고 재밌더라고요. 쇼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 자체로 기분도 업되는 것 같아서 좋고 화보 같은 경우에는 저의 모습이 결과물로 나온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또 영상촬영은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게 좋고요.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라고 생각했어요. 각이 진 느낌이 있어서 남성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면 여성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고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이 들거든요. 

좋게 봐주셨네요. 아무래도 광대가 나오고 얼굴의 선이 각이 진 느낌이 있어서 남성적인 느낌이 있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가운데 제가 왜소한 편이니까 전체적인 선 자체는 가는 느낌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 두 가지 모습이 있다고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러다 보니 정말 익스트림한 컨셉의 작품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실제로 패트릭 김이 그간 해왔던 작품을 보면 정말 그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컨셉들이 많아요. 혹시 쑥스럽거나 당황했던 적은 없었나요?

그렇다기 보다 재밌어요. 그러한 색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도전이거든요. 그리고 저만이 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냥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내용적인 면까지 보면 치밀하게 계산된 컨셉이라는 생각에 수긍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물론 과감하고 독특한 느낌의 작품을 많이 해왔다는 건 인정해요. (웃음)


 해외에서는 이미 패트릭 김이 널리 알려지고 모델로서 자리를 잡은 상태인데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활동을 할 생각이 있었어요. 다만 해외에서 시작을 하고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들어올 기회가 많이 없어 늦어지게 된 거고요. 지금은 외국에서 활동을 해서 한국어가 어눌해졌지만 (웃음) 모국어이기도 하고 또 한국사람이니까 확실히 어떤 면에서는 편한 느낌이 있어요. 


 외국에서 사시다 온 분들은 아무래도 한국만의 문화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도 있잖아요. 패트릭은 어떠세요? 그런 쪽에서는 이미 적응 완료 인가요? (웃음)

음, 솔직히 말하면 위계질서가 분명한 분위기에는 아직까지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그냥 다 친구라 인사를 할 때도 편하게 하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오해를 받는 일이 없게 조심하려고 하고 오히려 더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태도를 가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 점이 답답하다기 보다는 몸에 베어있지 않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고요. 다만 의견을 내거나 제 표현을 할 때는 아무래도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말을 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서는 어려운 점도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적응하는 과정이니까 스트레스 받지않고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한국에서 만난 분들이 너무 좋으셔서 옆에서 많이 챙겨주시고 도와주시고 하거든요. 많이 어렵진 않아요.



▶ 느슨한 듯 치열한 사람






 남자모델들은 상대적으로 런웨이나 촬영을 할 때 기회가 많이 없는 편이에요.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부분에 있어서 활동을 하는데 제약도 있고 미래도 불투명해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그 부분은 모델활동을 시작하기 전 부터 알고 있었어요. 사실 남자와 여자모델을 떠나서 모델이라는 직업 자체가 일이 몰리는 시기와 없는 시기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비시즌에는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그게 또 수입으로 이어지다 보니 버티기 힘든 부분이 있고요. 또 나이 면에서도 오래 활동을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보니 일을 하면서도 뭔가를 계속 준비해야 하죠. 저는 그래서 아예 모델일을 시작하기 전에 사업을 같이 병행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일을 하는 틈틈이 앤틱사업을 하고 있고요. 


 앤틱사업이라고 하면 어떤 일인지 궁금해요. 

원래는 취미에서 시작한 일이예요. 제가 오래된 소품이나 가구를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많이 모여서 조금씩 팔기 시작했는데 저의 소장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수집하고 판매를 해요. 물론 본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같이 병행을 하고 있고요. 


 오래된 것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건 저랑 비슷하네요. 빈티지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앤틱이라고 하니 뭔가 좀 더 럭셔리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그런 제품을 셀렉하는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노하우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평소에 감각을 많이 키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노력을 한다기 보다 좋은 걸 많이 보고 직접 사면서 감을 유지해요. 실은 그냥 제가 살아왔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이 뭔가인지를 계속 생각하고 접하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보는 눈은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직접 바잉을 하는 건 아무래도 사시는 분들의 취향을 조금 고려하게 되는 편이고요. 한국에 와서 동묘시장을 갔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가격도 무척 저렴한데 좋은 제품이 많았고요. 다만 이국적인 느낌은 다소 적어서 구입으로 크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요. 정말 앤틱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은 제품을 사고 싶다면 이태원 거리가 제일 좋아요. 다만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라는 건 염두에 두시고요. (웃음)


 패트릭은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세요? 주변 사람의 평도 좀 궁금하고요. 

친화력이 엄청나게 좋다거나 그런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가까운 친구들은 제가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하는데 (웃음)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그런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닫혀있기보다는 열려있는 편이라 재미있는 건 다 시도해보려고 해요. 일을 할 때는 평상시 모습과 조금 다른 편인데 무조건 제가 먼저 다가서려고 해요. 저와 일을 하고 나서 좋은 기운을 받아 갈 수 있었으면 해서 현장에서 유쾌하게 하는 편이고요. 


 앞으로 3년 뒤의 패트릭 김을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유명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고 싶고 모델로서도 자리를 많이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패트릭 김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느껴졌으면 해요. 그러려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부러웠다.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열등감만 느끼게 하는 일명 엄친아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일이든 좋은 점을 보려 애쓰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조차 도전이라 받아들이는 그 태도가 백 번을 다시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렸을 때 패트릭 김이라는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즐겁고 한없이 유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아주 울적하고 슬픈 날에 만난 청량한 풍선껌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불면 불수록 기분 좋아지는. 그 시간은 언젠간 껌처럼 가라앉아 사라지겠지만 그 잔향은 입에 남아도는 그런 사람이었다. 
  




글 ㅣ최하나 사진 l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패트릭 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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