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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무대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모델 정희수

조회10,531 등록일2016.08.01 2016.08.01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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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신체 189cm, 64kg
경력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오디너리피플, 블라인드니스 모델

모델 정희수는 매우 담담했다. 그러기에는 제법 가슴 아픈 경험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그의 속내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웃겨도 보고 울려도 보려고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두드렸으면 그는 과연 내게 주머니를 뒤집듯 속을 다 보여줬을까? 그 아쉬움은 다른 인터뷰어에게 넘기기로 했다. 이건 쉽사리 풀 수 없는 숙제가 될 것이다. 




마방이 뭔지 안다면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모델의 꿈을 키워 오신 건가요?

중학교 때는 농구선수였어요. 키가 컸거든요. (웃음) 그래도 꽤 열심히 했고 좋아했어요. 진지했죠. 그런데 부상을 입는 바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팔이 두 번이나 부러졌거든요. 그래서 진로를 바꿔야만 했어요. 그 후 ‘한국마사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승마를 하게 되었어요. 3년 정도 했는데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승마의 경우에는 말과 한 몸처럼 지내야 해요. 일명 ‘마방’에서 말들을 먹이고 씻기도 하는 게 일과인데 날리는 털과 먼지에 피부에 자꾸만 트러블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들 때문에 결국 그만두고 공부를 해서 단국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이걸 평생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휴학을 반복하다가 군대에 가서 모델의 꿈을 꾸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는 내게 수술을 했다면서 팔을 보여줬다. 똑같은 부위에 입은 부상은 그에게 절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줬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어린 중학생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울먹거리며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아픈기억일텐데 그는 다 잊은 건지 아니면 잊으려고 노력한 건지 여전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진로를 바꾼다는 게 용기가 상당히 필요한 일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게 봐주셔서 그런 건데 제 성향 자체가 싫증을 쉽게 내는 편인 것 같아요.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가 봐요. (웃음) 




 부모님의 반대가 있으셨을 법 한데요.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적극 지지해주셨어요. 두 분께서 젊으셨을 때 결혼하시고 한 가정을 꾸리시다 보니까 원하는 걸 해보지 못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만큼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후회 없이 살라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함은 없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저도 그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고 힘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걸 오래 가져가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까 지나고 나면 툭툭 털어버리고 그냥 지금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만든 여권으로 해외진출의 쾌거를 이루다





 밀라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유럽에서 활동을 하다 얼마 전에 들어왔어요. 해외에서 쇼를 서보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뤄서 기분이 좋고 감사하죠. 올 해 안에 또 나가서 문을 두드릴 생각입니다. 




 해외진출 해보니 어떠시던가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의 차이 같은 걸 느끼셨나요?

쉽진 않았어요. 우선 제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현지적응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게다가 그 전까지는 해외에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태어나 처음 만든 여권으로 처음 해외진출을 했으니 시행착오가 많았죠. 한 번은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해서 잡혀있던 오디션을 가지 못 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신 덕에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이탈리아에 십 년 넘게 계신 지인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줬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감사하다는 인사 전하고 싶네요. (웃음)




 마스크가 독특해요. 눈빛은 뭔가 아련하고 슬픈데 전체적인 이미지는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선이 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처음에는 그게 콤플렉스였어요. 특히 광대가 남들보다 튀어나온 편이라 얼굴도 커 보이는 것 같아서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차별화되는 것 같아서 만족해요. (웃음) 






 해외와 한국에서 남자모델에게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원하는 이미지가 좀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체중감량을 많이 하고 오히려 한국에 돌아오면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도 하고 살도 찌우는 편이예요. 그래도 그게 크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기분 좋은 상상을 함께 좀 해볼게요. (웃음) 모델 정희수의 꿈의 무대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유럽에서 계속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파리에서 쇼를 꼭 서보고 싶어요. 모델들이 꿈꾸는 유명한 브랜드의 무대에 서는 게 목표이자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모델이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혹시 희수씨도 그런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계획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모델로서 입지를 다지는 게 목표고 그 후에 기회가 있다면 준비를 잘 해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십 년 뒤 어떤 모습일 것 같으세요? 일 적인 것도 좋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괜찮고요. 

십 년 뒤에는 좋은 아빠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저희 부모님처럼 되고 싶거든요. 자식의 꿈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러면서도 금슬이 좋은. (웃음) 그럼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쉽게 싫증을 낸다고 했다. 그러기에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그렇게 쉽게 인정하는 태도에 부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천직을 찾기 위해 수많은 길을 걸었다가 돌아왔다 가를 반복해야만 했지만 그 이유를 외면하려고만 했으니까. 반복되는 일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독이 된다고는 못하겠다. 그걸 모델 정희수가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가 만약 농구를 계속 했다면 승마선수로 남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거다. 그의 바람대로 세계에 정희수라는 이름이 널리 퍼질 수 있을까? 그는 지금 막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 뿐이다. 




글 l  최하나 사진 l 신화섭(AM12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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