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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vol.04 사랑, 계절

조회6,480 등록일2013.03.11 2013.03.11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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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 카운트다운, 팜 주메이라 인공 섬. 물에는 하얀 요트들이 떠있고, 하늘에는 아틀란티스 호텔 위로  색색깔의 불꽃들이 우리의 탄성과 함께 화려하게 터진다. "Happy new year!" 하고 잔을 부딪힌다. 우리는 스타일 좋고 재미있는 남자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누군가 현실을 일깨워주기 전까지는.

 

"참 내가 다 안타깝다. 이렇게 이쁘고 멋진 언니들이 왜! 왜! 왜! 여기 있어? 그것도 새해 첫날에. 촛불 육백개 켜고 남자친구랑 있지 않고!"

 

우리라고 새해를 게이 파티서 맞고 싶었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이 로맨틱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 날 내게 연신 '핫'하다는 찬사를 보내준 남자는 겐조 바지에 샤넬 재킷을 입은 게이 집주인일 뿐이었다. 밤에 발코니에서 맞는 바다 바람이 원래 이렇게 차가운 거였나...

 





 

"딸아 연애를 해라." 하고 싶다고요, 우린...

 

문정희 시인의 '딸아 연애를 해라'라는 시를 좋아했었다. 연애? 당연히 하고싶다. 나도 그녀도 연애를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게 아니다. 좋은 줄 몰라서 안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더럽게 힘든걸까, 그 연애라는 놈이. 이것저것 잴 것도 밀당할 것도 없이, 내 남자를 만나면 수맥 찾듯 막대기가 크로스 되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냐면서.

 

왜 남자친구가 없냐는 소리도 이제는 욕같이 들려 스트레스인 그녀들의 패전소식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왔다. 시드니 대사관 파티에서 만난 변호사와 데이트를 하러 간다고 들떠있던 친구는 '남자가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신고 나왔다'고 전했다. 양말에 샌들까지 신어주어 패션을 완성시켜서. 홍콩에서 백작 작위를 가진 남자와 만나던 친구는(2013년도에 백작은 무슨...) 그 남자가 잘못 보낸 '지금 무슨 스피드 데이팅에 가는 길인데 배에 호러블한 가스가 차있다'라는 심오한 내용의 메세지를 받고 헤어졌다. 그리고 난, 어쩔땐 오빠처럼 듬직하지만 애교를 부릴 때는 예뻐죽겠던 그 놈에게 장렬하게 까였다. 돌아오는 비행에서 눈치없게 실린 남의 허니문 케이크에 속도 없이 꽃장식까지 하는 내 마음이 어땠겠냐고.

 

장군, 전멸이옵니다.....


"야, 고민하지마. 드디어 누군가 만났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넌 이미 임신해 있어."

나의 아줌마 친구는 아기가 잡지 못하도록 와인잔을 머리 위로 쳐들면서 말했다. 다 지나간 사람들에겐 언제나 뭐든지 쉬운 법이다. 수능 망쳤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란걸 이제는 아는 것처럼. 하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바닥을 치는 고3에겐 그 말도 가진자의 여유로 들릴 뿐. 

 

 


비행기가 항로를 바꾸었을 때 오는 것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오래 갈 줄 알았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나는 비행기처럼.

비행기가 항로를 바꿀 줄은 몰랐다. - 중경삼림


"비행은 오만가지 이유로 캔슬될 수 있어, 어떤 이유로든. 중요한 건 그 다음이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

 

어떤 승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매일 유튜브 속 쭉쭉빵빵 언니들을 트레이너 삼아 운동을 시작했다. 내게 새 옷을 사입히곤 거울을 보며 내가 '살아있는지'도 확인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으로 비행을 갔다. ‘무엇이라도 배운 게 있다면 그 관계는 실패한 게 아니다.’라던 어떤 책에 밑줄도 그었다. (사실 좀 실패한 것 같은데...뭐 어쨌든.) 가능한 한 상처가 아닌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리려는, 기어코 괜찮아지려는 각고의 노력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 이 들더라. 6학년 3반 인기투표 1위였던 내가 갑자기 브리짓 존스라도 되었단 말인가? 도대체 내 짝은 어디 있어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알아본단 말인가, 그 '짝'이라는 것을?

 

 

 

HOW DO U KNOW IF HE/SHE IS THE ONE?

 

"음... 그녀는 아름답고 현명해. 그렇다고 그녀가 완벽하다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녀의 어떤 점을 바꾸고 싶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그 어떤것도 바꾸고 싶지가 않다'일거야. 그런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는거야. "

이탈리안 기장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영국인 부기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이 사람인줄 알고 결혼했어?"

"뭐 거~ 그냥 아무나랑 했었어도 다 똑같았을거야."

내 귀를 의심하며 기장실을 나와 방금 나눈 대화를 갤리에서 그대로 들려주었더니 영국에서 온 동료 승무원, 피식 웃으며 말하길  "그건 영국식 조크라구. 니가 거기서 웃었어야 되는거였어!"라고 한다.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조크인줄 알고 웃냐고. 웃기지가 않는데...) 그러던 중 ,싱가포르에서 온 언니가 내게 흥미로운 대답을 해주었다.

"어떻게 아냐고? '보는 순간 알았다. 일주일 만에 알았다.' 뭐 이런 걸 기대하는거야? 내가 말해줄게. 그 누구도 절대 몰라. 결혼은 도박과도 같은거야." (오해는 마시라. 그녀는 매우 행복한 신혼을 누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진짜 대답은 싱가포르에서 멜번으로 가던 길에 우연히 찾게 되었다. 잘 세팅된 금발머리에 파란 눈, 매우 아름답고 우아한 할머니 승객이었다. 멜번에 다다랐을 때 랜딩카드 옆에 놓여진 그녀의 여권은 뜻밖에도 빨간색의 싱가포르 여권, 호기심이 발동한 나와 그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60년대에 팬암 스튜어디스였어. 고향은 스웨덴이고. 언젠가 어떤 비행에서 싱가포르에서 온 커플과 친구가 되었지. 그들이 나를 파티에 초대했고 그 파티에서 차이니즈 싱가포리안 내 남편을 만났지. 어쩌다 보니 뭐 그 다음은 설명 안해도 알겠지?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the rest is history! 그 뒤 로 40년도 넘게 싱가포르에서 살았어. 싱가포르는 내 HOME이야. 남편은 안타깝게도 2년 전에 죽었지만 두 아들 모두 다 커서 결혼도 했고."

내게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와 미소 어린 온화한 얼굴이 행복했던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듯 했다.

  

"결혼은 아직이라 했나? 앞으로 누굴 만나서 어디서 살게될 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오. (You never know where you're going to end up!) 나도 내가 싱가포르에 살게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 그러니 아가씨, 놀랄 준비를 하도록 해!"

아쉽게도 랜딩이 가까워 내가 자리에 앉아야 했기에 대화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비행기 문을 열렸을 때 그 분은 나가시던 발길을 잠시 멈추시곤 내게  몸을 돌려 이렇게 말하셨다.

"I hope you find a husband like mine." (아가씨, 내 남편같은 남자를 만나길 바래요.)

너무나도 눈부신  미소와 함께.

 

 

 

 

언젠가 그녀만큼 나이가 든 내가 지금 내 또래의 아가씨에게 같은 미소로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때 그 사람이 'THE ONE'이었다는 걸 알게 되리라.

 

 

 

 

사랑은 계절과 같아서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했던가. 어느새 S/S 시즌이 성큼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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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a392014-09-13 오후 2:36:38

    잘 봤어요

  • jsmksm62014-08-12 오전 7:55:15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7-22 오전 11:08:17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2-14 오후 8:09:07

    잘봤습니다^^

  • jhj23372014-02-11 오전 12:45:00

    잘 보구 갑니다^^

  • sia4sia42013-12-10 오후 2:42:26

    잘 봤습니다.

  • lovejhsjp2013-09-29 오전 2:42:42

    잘 봤어요

  • eg98762013-09-11 오전 9:26:18

    잘보고가용

  • lovejhsjp2013-08-14 오전 12:37:09

    잘 보고 갑니다

  • jsmksm62013-08-01 오후 6:15:31

    잘 보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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