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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현실 사이,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저자 김나랑

조회1,836 등록일2017.11.20 2017.11.20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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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운명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가 김나랑은 글 쓰는 걸 너무 사랑했기에 업으로 삼았고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의 기쁨과 즐거움을 사라지는 끔찍한 순간이 찾아왔다고 했다. 펜을 놓을 수도 계속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벼랑 끝에 몰린 순간 그녀는 잠시 섬을 선택했다. 그리고 배낭을 꾸려 남미로 떠났다. 그 길에서 그녀는 몸도 마음도 치유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했다. 비록 돌아온 뒤에는 예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여행이 그녀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만큼은 달라졌다. 놓았던 펜을 다시 쥐게 된 것. 그리고 글쓰기의 환희와 보람이 다시 찾아들었다는 것이 말이다. 






Part 1. 번 아웃 상태의 그녀, 남미로 떠나다.


 앞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분들을 위해 직접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를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시아와 같이 물리적으로 가깝고 익숙한 곳도 좋겠지만 당시의 제 상황을 180도 전복시키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남미를 선택하게 되었고요. 제 책은 정보 위주가 아닌 여행을 하는 기분을 위주로 담고 있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으려고 했어요. 감동하면 울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가슴 뭉클해하는 평범한 한 사람의 에세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미라는 여행 장소가 낯선 대륙이다 보니까 미리 준비를 많이 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그 당시 퇴직을 앞두고 있어서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하고 나니까 이미 출발일에 가까워졌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많은 준비를 하지는 못 했어요. 막연하게 남미는 덥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현지 날씨가 꽤 쌀쌀한데도 얇게 옷을 입고 갈 정도로 정보도 부족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모든 걸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깨닫고 배우면서 제 안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식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다녀오신 나라 중에 여기만큼 꼭 가보라고 할 정도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 신가요?

다 좋았어요. 한 곳만 꼽자니 좀 힘든데 볼리비아만큼은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아직은 덜 개발된 나라이다 보니 척박한 느낌도 있긴 해요. 대신 그만큼 물가도 저렴해서 여행하기에도 좋고 사람들이 너무 순박하고 마음씨가 좋아요. 그 밖에도 '마추픽추'와 같은 유적지를 돌아보거나 '트레킹'을 통해 자연을 흠뻑 느끼시는 여행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쿠바를 너무 가보고 싶어서 앓이를 할 정도예요. (웃음) 그런데 마침 작가님이 이곳을 여행하셨더라고요. 자세한 소회를 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남미의 다른 나라들도 좋았지만, 쿠바는 정말 그만의 매력이 충만한 곳이에요. 사회주의 사회이다 보니까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마저 들죠. 공산품이 부족해 어떤 것도 버리지 않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 보니 올드카가 길거리에 즐비해요. 또한, 옷가지도 무척 귀해서 선물로 주면 굉장히 좋아하죠. 그리고 아직까지는 디지털 문명과 동떨어져서 온전히 여행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도 쿠바에 머무를 때는 컴퓨터 작업을 깨끗이 포기했거든요. 사람들도 현대문명의 혜택에 기대지 않고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 살아가는 게 인상적이고요.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춤을 추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음악이 흘러넘칠 정도로 낭만적이기도 해요. 하지만 쿠바 역시 변화의 물결 앞에서는 자유롭지 않은지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다녀오신 분들은 그사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깨끗하던 해변조차도 깨진 유리병이 굴러다니고 관광객을 보면 돈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많아졌고요. 만약 쿠바에 다녀올 계획이 있으시다면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기 전에 서두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긴 여행을 하신 만큼 그 길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나스카 문양'을 보러 갔는데 당시에 저를 데리고 투어를 해주신 사장님이 살사를 배워보라고 권유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또,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할 때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호스트 분들이 굉장히 수줍어하시더라고요. 제가 불편할까 봐 자리도 내주고 아기를 부엌에 뉘어놓을 정도로 잘 대해주셨어요. 사실 널리 알려진 관광지 중의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저를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손님으로서 대접해주셨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죠.





 남미여행의 경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사실 감이 잘 안 오기는 해요. 

경비는 쓰기 나름인 것 같아요. 물가 자체는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만 액티비티라든지 투어비는 비싸거든요. 일례로 남미를 여행하면 만났던 한국 여행자분 같은 경우에는 현지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밥을 해 드시고 원두를 사서 직접 커피를 내려 드시더라고요. 그런 경우에는 경비를 많이 아낄 수 있죠. 





 여행하는 스타일도 사람마다 여러 가지 모습인데 작가님은 머묾과 관광 그 어딘가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맞아요. 저는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도 관광객이 되어 즐기는 것도 좋아해요. 이번 여행은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었기에 그 사이에서 줄타기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남들이 봐야 한다고 하는 유명한 관광지도 돌아보고 또 쉴 때는 늘어져서 쉬기도 했고요. 





 책을 읽다 보면 최대한 독자를 배려하면서 글 자체를 쉽고 담담하게 풀어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도 안배하신 건가요?

제가 느낀 걸 포장하거나 감동하기를 강요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쓰려고 했고 그게 층층이 쌓이다 보면 독자분들도 자연스럽게 저의 기분이나 감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실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구성 역시도 제가 이동한 경로 그대로를 실어서 저와 함께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신경 썼고요. 












Part 2. 두렵지만 불안하지만 불완전해지기를 택하다.


 돌아오고 나서를 생각해보면 선뜻 떠나기 힘들 것 같기도 해요. 혹시 불안함은 없으셨나요?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뒷일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았어요. 그저 새로운 걸 보고 느끼면서 쉬고 싶었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고요. 여행하는 동안에는 정말 즐겁고 행복했는데 돌아오고 나니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떠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힘든 거야 돌아와서 겪을 문제고 여행을 하는 와중에까지 그걸 떠올리며 방해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큰 경험을 한 만큼 후유증도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작가님의 여행 후가 궁금해요.

사실 돌아와서 크게 적응을 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이상하게 모드가 전환된 것처럼 여행 이전의 삶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더라고요. 일도 다시 찾고요. (웃음) 그래도 여행을 했던 기억이 중간중간 끼어들 때가 있어요. 때로는 그 풍경이 때로는 그 인연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지금의 저를 괴롭히지는 않아요. 다만, 언젠가는 다시 떠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사실 저도 글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잡지사 에디터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 직업인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셨을 때도 이유를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만약 작가님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세요?

25살에 처음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박봉인 데 반해 노동강도가 정말 높았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마냥 좋기만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일하고 적응이 될 때쯤에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제가 하는 일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 싶더라고요. 사실 잡지가 없어도 우리네 인생이 크게 불편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뭔지 모를 회의감에 제가 하는 말도 주위에서 듣는 말도 거칠고 무서워졌고 그 와중에 마음이 아프니까 몸도 따라서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가서 요양도 하면서 쉬엄쉬엄 일할까 하다가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거거든요. 만약 저와 같은 분이 계신다면 떠나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힘들면 그 어떤 것도 손에 안 잡히거든요. 참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인지 참다가 곪아 터질 정도인지는 본인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휴식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면 과감하게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조금 더 열심히 뛰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집필계획이나 여행계획이 있으시면 좀 들려주세요. 

가볍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무겁거나 젠체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재미가 있는 그런 글을요. 여행은 항상 꿈꿔요. 다시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라오스에서 펍을 연다든지 아니면 깊은 산골에서 볏짚을 꼬면서 현지인처럼 일을 하며 정착하듯 여행하고 싶어요.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김나랑 저 l 상상출판

세상엔 안 해서 후회되는 일이 더 많다

낯선 곳에 다다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경험의 길이와 무게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인생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난 덕이다. 왜 그리 빡빡하고 조금은 불행하게 스스로를 내몰았을까?

이스터섬의 해변에선 노래를 틀고 춤을 췄다. 비키니를 입고 있던 터라 살짝 흔드는 정도였지만 더 격렬하게 출 걸 후회한다. 페루의 69호수에선 나체로 수영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즐기는 법을 알고도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피츠로이산 근처의 대형 빙하를 보려는데 암석을 기어오르는 게 무서워 포기했다. 역시나 후회한다. 후회라는 감정은, 살면서는 더 많았다. 지레 겁먹고 포기한 게 참으로 많았던 것이다. 인생은 무지 길다. 조금 더 용기 내고 애써도 되지 않을까? 세상엔 해서 후회보다 안 해서 후회되는 일이 더 많으니까. 

우리는 복잡하게 뒤섞이고 거칠게 흔들리는 삶 앞에서 두렵지만 살아있음을 느낀다. 몸과 마음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떠났고, 후회와 부족함도 남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떠나기 전과 분명 다르다.



[도서]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글 l 최하나  사진 l 신화섭(스튜디오 무사)
Copyright by iStyle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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