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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주냐고 묻는다면, ‘오래된 집에 머물다’의 작가 박다비

조회2,109 등록일2017.08.29 2017.08.29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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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박다비 
저서 오래된 집에 머물다 <상상출판>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한 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 겉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녀가 맞은편에 자리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일지 알 것만 같았다. 백 년 가까이 된 오래된 집을 부수지 않고 고쳐 산다는 걸 알았지만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그만큼 작가 박다비는 자연스러우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집도 아마 그럴 것 같았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왜 제주냐고 묻는다면


  사실 많이 들어보셨을 질문일 수도 있는데 제일 궁금한 부분이기도 해서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왜 제주인가요? 

원래부터 도시보다는 자연에 좀 더 가까운 삶을 원했어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제주야 말로 제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장소였어요. 그래서 짐을 싸서 떠났고 그 곳에서 저의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고 오래된 집을 만나 이렇게 정착하게 되었네요. (웃음)






  오시기 전에는 이렇게 되실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사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겨서 왔다고 하기에는 큰 변화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아니요, 전혀 예상하지 못 했어요. 원래 성격 자체도 뭔가를 치밀하게 계획하는 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제가 원하는 대로 살려고 했지만 지금의 모습을 딱 정해놓고 달려온 건 아니다보니 가끔은 신기하기도 해요. (웃음) 오래된 집을 직접 고치고 마당을 가꾸고 손님을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서의 삶이 말이예요.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는 것 또한 반려자를 만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가 있죠. (웃음) 그런데 어떻게 이 집을 얻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시작은 단순했어요. 집세가 점점 오르는 추세이다 보니까 이 돈을 이렇게 쓰느니 집을 구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혼자 이 집을 소개받아 보고 왔는데 그 당시에는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모습이라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할까봐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백 년가까이 된 고택에서 살게 된거죠. (웃음)









  백 년이 된 집을 직접 고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부분의 공정을 남편분이 직접 하셨다고 들었어요. 

남편이 워낙 손재주가 좋아요. 정식으로 오래 배운 적은 없지만 뭔가 만드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유투브의 동영상 같은 걸 보고 기억해 놓았다가 직접 하는데 제가 봐도 그럴 싸 한 것 같아요. 만약 저 혼자 집을 고치라고 한다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저도 셀프 인테리어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하는 와중에 싸움도 나고요. (웃음) 다비씨는 어떠셨나요?

정말 고된 것 같아요. 인테리어라고 해서 우아한 작업일 거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는데 실은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서 현실에 존재하는 뭔가로 만들어내는 육체노동에 가까워요. 특히 저희 집은 서까래가 노출되어 있는데 그걸 작업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다 하고나면 몸살이 나 끙끙 앓을 정도였으니까요. 









  정확하게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서 집을 다 고치신건가요?

하루아침에 다 한 건 아니고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놓고 신혼집을 오가며 작업을 하나씩 했어요. 겨울 즈음 시작해서 여름이 오기 전에 끝냈으니 반 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조금씩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질리거나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의 삶과 도시에서의 삶을 비교해주시면 어떨까요? 장단점이 뚜렷할 것 같은데요.

친한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와서 저한테 고민상담도 하고 싶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어서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할 때는 미안하기도 해요. 그리고 문화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것도 단점 중에 하나죠. 하지만 장점도 많아요. 일단 돈을 쓸 일이 없고요. (웃음)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고 또 이웃 할머니들이 살갑게 대해주셔서 좋아요. 그냥 제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니까 이제는 굳이 비교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삶


  다비씨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들었어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더위를 맞이하고 이겨내고 싶었어요. 이웃집 할머니들도 에어컨을 달지 않고도 여름을 잘 보내시거든요. 특히나 오래된 집에는 바람길이라는 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냉방이 되는 효과도 있어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원하거든요. 






  하지만 손님들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힘들어 하실 것 같기도 해요

그게 사실은 고민이예요. 저희야 괜찮지만 손님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일 성수기인 여름시즌에 문을 닫는 건데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 싶어요. 저희끼리는 어른방학이라고 해서 오히려 이렇게 올라와서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어쨌든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으로서는 고민이 되기는 해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게 맞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실천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 그렇게 생활해보시니까 어떠세요?

무조건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예요. 다만 인도여행을 갔을 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방식이 참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웬만한 건 자연에서 빌려 쓰고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가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지금까지는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최대한 지금의 태도를 견지하려고 해요.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평상이 있는데 이것도 그런 점들을 고려해서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평상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천장을 완벽하게 막은 게 아니라서 비를 피할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짓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에서도 주택에서는 살 수 있지만 제주에서 사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도시에서는 단독주택에 살더라도 담을 높게 쌓는데 제주에서는 기껏해야 나무로 걸쳐놓거나 돌을 쌓아놓는 정도라서 누구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요. 실은 경계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지나가던 강아지도 들어와 놀다 가요. (웃음) 









안정 대신 자유 때로는 그 어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보장이 되어있지 않는 이 삶을 선택하셨을 때는 불안하기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면 정해진 급여가 꼬박꼬박 나오고 4대보험도 들어주니까 안정적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삶을 제가 원하지 않으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대신에 제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니 이대로도 만족해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들었어요. 직접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정말 아직까지는 흔히들 진상이라고 부르는 손님을 만난 적이 없어요. 아무래도 저희 숙소자체가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곳에 위치한 게 아니다보니까 미리 알아보시고 저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오시거든요. 그래서 불평불만을 하시는 분들은 없었어요. 그 점에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남편 분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름의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아요. 실은 개인적으로는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마냥 부럽기만 하지만요. (웃음)

정말 24시간 함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대신에 일이 분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저보다는 저희 남편이 더 힘들 것 같기는 해요. 제가 하지 못하는 일들까지 다 해주려고 하고 좀 더 많은 부분을 나서서 해결하는 편이거든요. 그래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많아서 좋고 또 든든하기도 하고요. 아직까지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원래 저희가 장기숙박은 받지 않아요. 그런데 오셨던 분들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이런 식으로 연장을 해서 오래 묵고 가시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대부분은 어딘가를 구경하러 바삐 다니시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하세요. 가끔은 잘 쉬다 갔다고 편지나 메시지를 남겨주시기도 하고요. 









  원래는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보는데 사실 다비씨에게는 우문이 될 것 같아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이라....... 사실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그린 건 아닌데 어떤 일을 하든 차를 고쳐가지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영원히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라서 그저 즐기면서 이 일을 하고 싶고 또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다면 그때는 또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누군가 그랬다.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냥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그대로 행하면 된다고 했다. 그 앞에서는 어떤 셈도 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돈을 위해 안정을 위해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니까. 그러니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쌈짓돈은 나중을 위해서 아낄 줄만 알았지 지금의 나를 위해 쓸 줄은 몰랐던 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건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자유를 나중을 위해 미뤄두는 것일 게다. 내가 그녀를 앞에 두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던 건 감히 반문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건 두려워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바라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일 거다. 그녀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나는 약속을 하나 했다. 오랫동안 가지 못 했던 제주에 가겠노라고. 이번에는 그녀의 집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날들을 보내겠노라고 말이다. 





글 l 최하나  사진 l 신화섭(AM12 Studio)
Copyright by iStyle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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