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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12년의 뉴욕생활을 담은 에세이를 통해 작가로 거듭난 문경룡

조회8,562 등록일2017.03.21 2017.03.21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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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누욝일기 누욝일기'의 저자 인터뷰


프로필 
방송활동 엠넷 VJ,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저서 ‘누욝일기 누욝읽기’ 



단 한 줄의 문장일지라도 그 속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뉴욕에서의 12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문경룡의 지난 삶도 그랬다. 그 세월 동안 그는 수많은 아픔과 슬픔 또한 그만큼의 기쁨과 환희도 맛봤을 것이다. 거기에 유명 프로그램의 VJ와 리포터로 활동했던 방송인이었던 만큼 180도로 바뀐 인생으로 인해 큰 간극 또한 존재했을 것이다. 사실 그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나는 며칠 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간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종류의 이야기였으니까. 인터뷰 당일, 듣고 싶은 이야기도 묻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았지만 그와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앉기도 전에 인사를 건네고 소개를 하기도 전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건 흔치않은 일이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방송활동을 하셨던 그 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직도 경룡씨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포털사이트에 근황이 궁금하다는 포스팅도 봤고요.

일단 아직도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다니 감사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네요. 그게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까마득한데 말이죠. (웃음) 시작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어요.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학교모델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어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는데 상당히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제가 뽑힌 거예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죠. 그렇게 지면촬영을 하고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방송일도 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VJ라는 직업이 굉장히 각광을 받을 때였는데 운이 좋게도 엠넷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그 후에는 한밤의 TV연예에서 리포터 활동도 했어요. 



  참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는데 어느 순간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어요. 방송활동을 그만두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던 건가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길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인터뷰를 할 때는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뻔하지 않은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방송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대로 짜인 대로 진행을 해야 했어요. 그게 좀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기는 해요. 그 안에서 융통성 있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기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너무 어렸죠. 어쨌든 뭔가 제 안에 있는 걸 빠르게 소진하고만 있는 것 같아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제 안을 채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좀 더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죠.







 

  뉴욕은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도시이지만 여행자가 아닌 장기체류자 혹은 유학생의 신분으로 머무른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쉽지는 않았죠. 특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상태에서 유학을 간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야 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필기를 해야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옆에 앉은 사람에게 부탁을 했어요.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도 말이죠. (웃음) 그러다가 그 학생이 결석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노트를 빌려 그 친구 것까지 챙겨놓았다가 출석을 하면 줬어요. 저 딴에는 그간에 도움을 줬던 게 고마워서 그랬던 건데 굉장히 감동을 받더라고요. 그러면서 학교생활을 수월하게 풀려나갔던 것 같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반대로 도움을 주기까지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제 유일한 무기였으니까요. (웃음) 물론 학생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근면성실한 태도를 가진다는 게 굉장히 기본적인 자세이기는 한데 그 모습을 교수님들이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성적도 잘 나왔고요. 늦게 시작한 유학생활인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이렇게 장기체류를 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떠나신 건 아닐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을 하시게 된 계기나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뉴욕에서 머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웃음) 그러던 게 공부를 하다보니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칼리지를 졸업하고 나니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열심히 한 덕분에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영어라는 언어 자체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다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닌다고 하니까 제가 굉장히 영어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유창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서 영어교육으로 전공을 바꿔 뉴욕대학교 대학원에 다시 입학했어요. 



  전공을 바꿔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보다 제가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를 하잖아요. (웃음) 그러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실라버스를 짤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니, 그냥 제가 공부해왔던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작성하니까 하나의 교안이 되어있더라고요. 










  이제 뉴욕이라는 장소 자체에 대해 좀 여쭤보고 싶어요. 생각보다 맨해튼이 좁고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쳇바퀴 도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어요. 여기에 동의하시는 편이신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해요. 맨해튼이라는 지역 자체는 좁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기 때문에 흐름이 굉장히 빠르고 커요. 그래서 같은 장소일지라도 그 곳에 존재하는 사람이 달라서 항상 새로운 느낌을 받아요. 게다가 문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끊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죠. 



  한 가지 더, 큰 기대를 가지고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가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실제로 살아보신 입장에서는 어떠세요?

실망을 하신 이유는 알 것 같아요. (웃음) 지하철 같은 경우에는 많이 지저분하죠. 큰 쥐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사람들도 많고 바쁘고 친절함과는 거리가 좀 있어요. 그래서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만을 생각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모습만을 상상하시면 간극이 클 수 있죠. 하지만 문화생활을 누리기에는 이토록 좋은 곳이 없어요. 정말 흥미로운 도시예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볼게요. 뉴욕에서 12년, 외롭지는 않으셨나요?

외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저도 다른 유학생들과 똑같았어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고 늘 연락하고 싶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외국생활에 적응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쌓다보니 그런 생각도 덜하게 되었고요. 



  요즘 한국에서는 ‘혼밥’과 ‘혼술’ 같이 혼자 여가를 선용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게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할 수는 없죠. 대신에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밀도 있게 쓰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영화를 보러갈 때도 예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혼자서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를 가장 염두에 두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작품에 집중을 하게 되고 만족도도 높았어요.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그 사람만 보게 되지만 혼자 있으면 주위를 둘러보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고 듣게 되어서 좋았어요. 또한 내가 진짜 좋아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메모도 많이 하게 되었고요. 저는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얻은 게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으니까요. 



  이번에 뉴욕에서 생활하시면서 썼던 메모와 일기를 가지고 ‘누욝일기 누욝읽기’라는 책을 내셨어요. 직접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일단 배경은 뉴욕이지만 그 안에서 저라는 한 사람이 느낀 것들을 담은 에세이예요. 그러다보니 핫플레이스나 여행 팁에 관련된 이야기는 별로 없어요. 대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기록 속에 한 사람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굉장히 내밀한 이야기지만 분명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만한 내용들이 많을 것 같아요. 











  청춘이라고 부르는 시기를 대부분 외국에서 보내셨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여유가 없이 달리기만 한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후회되거나 아쉽지는 않으세요?

20대에는 제가 생각해도 참으로 제 자신에게 냉정하고 모질었던 것 같아요. 정해놓은 목표와 최선의 결과를 위해 달리기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30대의 저는 그 경험을 통해서 한층 여유도 있어졌고 이해의 폭도 넓어졌어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꼭 나쁜 것 같지만은 않아요. 그리고 청춘은 아름답지만 어떻게 보면 안타깝기도 한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한 제일 정확한 답변은 제 책의 내용으로 대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가 내게 청춘을 물었다. 그가 내게 사랑을 물었다. 나는 ‘봉오리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말라버린 꽃’ 그런 꽃과 같다고 말했다. 활짝 제대로 피어 보기도 전에 끝이 말라 버린 꽃봉오리. (중략) 나도 작렬하게 피었다가 지는 꽃이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도 늦었다고는 말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뉴욕에서 더 머무르게 될 것 같아요. 현재는 일도 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글쓰기는 꾸준히 놓지 않고 병행할 거예요. 책이 막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다음 책 집필을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이번에는 에세이가 아니라 단편소설을 써보려고 해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독자 분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의 인터뷰라 어색하고 긴장된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내내 연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포즈를 고쳤다. 그 모습을 보니 그가 정말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분신처럼 따라다니던 카메라 앵글이 어색해질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가 낯선 곳에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반증일 수도 있을 거다. 뉴욕에서의 12년. 그 시간 동안 문경룡은 그토록 원하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그간의 분투를 써내려간 책으로 작가가 되었다. 이제 앞으로 그의 삶은 또 다른 모양새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에게도 독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하며 진실한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줄 게 분명하다.




누욝일기 누욝읽기
문경룡 저│에스엠스퀘어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뉴욕은 어떨까. 담담하지만 위트 있는 글로 뉴욕생활을 읽어주는 신간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뉴욕을 배경으로 한, 눈이 즐겁고 현란하며 화려한 수식어구가 즐비한 글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기분 좋은 배반을 던지는 글이다. 

십 여년 간의 뉴욕생활을 하며 써내려 간 그의 글은 섬세하고 깔끔한 문체 그리고 여러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 본, '뻔하지 않은 산문집'을 탄생시켰다. 

글쓴이의 감정이 여과없이 전달되는 일기체 형식이며, ‘나를 들여다보니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라는 책 본문의 한 문장처럼 그가 생각하는 사랑, 청춘, 그리움, 감사함이 담긴 120개의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적어도 그의 글을 읽는 순간은 마음을 열어 생각을 가감없이 나누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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