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Feature

잭 케루악 대신에 길 위에 선 고등학생, 작가 박웅

조회11,157 등록일2016.08.30 2016.08.30 00:00:00.000
0
- 책 ‘수능대신 세계일주’ 저자 박웅 인터뷰: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인터뷰를 나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이르게 장소에 도착한 건 부푼 기대 때문이었다. 수능을 보는 대신에 세계일주를 떠났다는 이야기는 나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학교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실천으로 옮길 엄두도 내지 못 했던 내게는 대학진학 대신에 세계일주를 선택한 작가 박웅이 감히 부러워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하게 느껴졌다.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후회한 적은 없었는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이건 인터뷰를 가장한 나의 사심 채우기에 가까웠다. ‘그’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고등학생, 세계여행을 떠나다


 수능을 보는 대신에 여행을 떠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정말 많이 받았던 질문이예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학에 간다고 해서 뭔가 보장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참거나 기다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물론 제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수만은 없는데 저에게는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고 그게 대학졸업장에 크게 구애 받는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지금 떠나서 여행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죠. 길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런데요. 크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모님의 반대가 없으셔서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어요.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분명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었을 것 같고 이해하지 못 하는 친구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떠나는 날까지 친구들에게 일부러 알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저야 물론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지만 제가 여행을 간다는 사실 자체가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분명 아름답고 멋진 곳들도 많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까 ‘카카두’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작가님께서는 어떠세요?

카카두도 기억에 남지만 저에게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노동을 했던 곳이었기에 다른 곳을 꼽고 싶어요. (웃음) 저는 남미요. 음식도 입맛에 잘 맞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까지 대중적인 여행지는 아니라서 뭔가 새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한 번 갔던 곳을 또 가고 싶어하는 편은 아닌데 그 때문에 멕시코는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힘든 일도 많았죠. 그런데 저는 거기에 매몰되어서 자책하거나 괴로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금방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소매치기도 당하고 때로는 돈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성장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의 답변을 듣자 나의 지난 일이 떠올랐다. 캐나다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학원비를 잃고 매일 밤 병뚜껑에 소주를 따라 홀짝이던 내가. 친구들은 내게 왜 그렇게 상심해 하느냐고 했다. 이미 지난 일이지 않느냐고. 그렇게 큰돈도 아니지 않느냐고. 그 시절의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는 훨씬 의젓했다. 부끄러웠다. 나는 아마 괴로움을 피하고만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일이 꿈이었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바랐는지도 모른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직접 해보시니까 어떻던가요?

혼자 하는 여행을 번지르르하게 포장할 생각은 없어요. 외로울 때도 많고요. 저 역시도 장기여행을 하다가 귀국하게 된 게 더 이상 못 참을 것 같아서였거든요.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신 걸로 알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신가요?

‘삼촌네’가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친절하다거나 시설이 무척 좋은 곳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을 많이 느꼈고 무엇보다 밥상이 푸짐해요. (웃음) 할머님께서 무심한 듯 신경을 써주시는데 저한테는 잘 맞았어요. 



 체류하신 곳 대부분이 도미토리였어요.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솔직히 다인실은 장기체류 시에는 불편한 점이 많잖아요. 저의 경우에는 혹시라도 잃어버리게 될 까봐 잘 때도 여권을 몸에 지니고 자거든요. 긴장을 늦추기 어렵더라고요. 

돈이 없어서죠. (웃음) 그래도 그 공간이 싫지 않았어요. 다만 여럿이서 생활하다 보니 다 좋은 사람만 있을 수는 없거든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시끄럽게 떠들 때는 괴롭기도 했어요.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정보도 얻고 교류의 장이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대체적으로 좋았던 것 같아요. 



 어떤 대답일지는 알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여쭤볼게요. 수능대신 세계일주, 후회하실 때도 있나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 결과적으로 제가 원하던 게 이루어졌거든요.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면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실하고 묵묵하게 쓴다

 강연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되지는 않으시나요? 글쓰기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일단 힘들다고 하기 보다는 재미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여행과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들어주고 굉장히 분위기가 좋아요. 힘든 걸 전혀 못 느낄 정도로 저에게 있어서는 잘 맞는 자리인 것 같아요.



 어떻게 글을 쓰시는 편인지 궁금해요.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다’라는 말이 있듯이 꾸준히 일하듯이 쓰시는 편인가요?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아요. 그럴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쓰려고 노력해요. 항상 카페에 가서 글을 써요. 그래도 다행인 건 마음만 먹으면 금방 쓰는 편이예요. 물론 초고에 한정해서예요. 그 다음에는 수 없이 많은 퇴고의 과정을 거치죠.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는 책을 다 쓰기까지 한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을 읽어요.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꼼꼼히 보는 편인데 항상 휴대폰을 꺼두죠. 방해를 받기 싫어서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습관이기도 하고 활자를 읽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으로 보면 눈이 아프기도 하고 집중하기도 어려워서요. 그리고 나면 카페에 나가 글을 써요. 틈틈이 집안일도 하고요. 크게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때로는 인터뷰도 이렇게 하고요. 




영화에 대한 진지한 담론


 영화평론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무비위크’가 폐간되던 날에는 정말 심각하게 영화비평의 앞날을 걱정했어요. (웃음)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읽었던 터라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만약 ‘씨네21’ 마저 없어진다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지금도 지하철 탈 때는 영화잡지를 가지고 다녀요. 



 좋아하는 감독이나 장르가 있으신가요?

영화를 편식하듯이 보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좋아하고 그의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무작정 감독을 따라 영화를 보지는 않아요. 좋은 감독이 때로는 좋지 못한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내 인생의 영화를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하나가 아니어도 됩니다. 추천을 해주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글쎄요.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긴 한데 그러니까 더 꼽기가 힘드네요. 어떤 영화를 추천해드려야 하나....... 시간을 좀 주세요....... (시간이 좀 흐른 뒤) 이거 너무 어렵네요. 어느 한 편을 고르기가 어렵네요. 못 고르겠어요. 

쉬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망설이며 곤란해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영화에 대한 애정의 크기가 클수록 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글과 영화 그것만 있으면 돼



 어떤 삶을 꿈꾸고 계신가요?

부귀영화를 추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해요. 그건 여행을 하며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도 보고 글도 쓰고 생활비도 벌 수 있는 정도의 삶을 꾸려나갈 수만 있다면 욕심을 내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10년 뒤 자신의 모습이 어떠실 것 같으세요?

글을 쓰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좋겠어요. 그 두 가지라면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자신만만했다. 당돌했다.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이미 작가 박웅의 책을 읽으며 느낀 거지만 그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 그게 보기 좋았다. 나이를 먹으며 경험이 쌓이고 돈도 좀 모였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살아 볼만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할까봐 쉽사리 선택하지를 못한다. 게다가 손에 쥔 몇 푼의 돈과 자리가 아까워 쉽사리 한 발을 내디딜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해냈다. 그렇기에 그는 나보다 낫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도 그럴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수능대신 세계일주
박웅 저 | 상상출판

저자가 운영하는 ‘수능대신 세계일주’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그동안 세계일주를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여행기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 그 자체에 대해서도 열광한다. 될 것이라는 믿음과 삶의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의 인생. 그것이 바로 저자가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자, 여행이 끝난 지금에도 끝없이 추구하고 있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수능대신 세계일주』는 지금도 공부와 입시에 시달리고 있을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슴 뛰는 꿈을,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꿈도 사랑도 잊고 사는 청춘들에게는 ‘조금 다른 삶’에 대한 용기를 주는 책이 될 것이다.






Copyright by iStyle24
· SNS 연동 관리
버튼을 클릭하면 연동 설정
및 해제 하실 수 있습니다.

나도한마디

페이스북 연동 트위터 연동 SNS관리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