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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어떻게? 책벌레 아빠 4인방이 말하는 리얼 독서교육

조회2,585 등록일2016.03.22 2016.03.22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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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우리 애가 책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에요. 맨날 책만 읽으려고 해서요.” 이 이야기를 자주 하는 부모들은 ‘걱정’이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뿌듯해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상태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부모는 책을 안 읽는다. 자녀가 읽으면 좋을 책을 구매하기만 바쁘다. 그래서 가끔 할 말이 없어진다. “엄마는 무슨 책 읽어? 아빠는 어떤 책이 재밌어?”라는 물음에 자꾸 천장만 쳐다본다. 스마트폰만 30분째 들고 있는 부모는 굉장히 멋쩍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가장 좋은 서재는 아이가 읽는 책과 부모가 읽는 책, 조부가 읽는 책이 함께 있는 서재”라고 말했고, 동화작가 황선미는 “아이들이 책 읽는 환경에 있는 게 중요하지, 책을 가지고 쌓고 놀던 상관 없다. 책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독서칼럼니스트 김이경은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을 10권, 20권씩 싸 들고 가는 부모를 보면 마음이 참 안 좋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권이어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딱 봐도 애독가로 보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빠 4명에게 물었다. “책 좋아하는 당신, 자녀에게도 독서교육을 시키나요?” 네 아빠의 대답은 같았다.

 

 

독서, 자율적이고 즐거운 행위 
박총(『내 삶을 바꾼 한 구절』 저자)

 

『욕쟁이 예수』, 『밀월일기』 등을 펴낸 박총 작가는 최근 첫째 아들 박해민 군과 『하나님의 아이들 이야기 성경』을 번역했다. 지난해 초 옐로브릭 출판사로부터 투투 주교의 『하나님의 아이들』을 번역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자연스레 해민 군이 떠올랐다.

 

“책을 훑어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원래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라고 나온 책이니, 부자가 함께 옮기면 한결 취지에 걸맞겠다 싶었죠. 아무래도 제가 어른이다 보니 관념적인 어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해민이가 적재적소에 손쉬운 일상어를 제시해서 신선함을 선물했어요

.”

 

 

박총 작가 집에는 고운 전통이 하나 있다. 잠자리에서 아빠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갖는 일. 18년 정도 이어왔으니 전통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성서를 한 소절 곱씹고 이어 다양한 책을 골라 읽는다. 『하나님의 아이들 이야기 성경』으로 첫 공역을 해낸 해민 군은 엄마 배냇 시절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아빠의 오랜 책 벗이다. 이제는 둘째, 셋째, 넷째 아이가 ‘책 읽어주는 아빠’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너희한테 몇 점이야?’라고 물으면 후한 점수는 안 줄 거예요. 아이들의 안방 침대에서 낳고 직접 탯줄을 자르고 손수 산후조리를 했지만 아이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합니다. (웃음) 통장을 깨서 몇 달씩 여행을 가는 등 가족과 많은 추억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나름 자상한 아빠지만, 아이들에게는 게임 시간을 박하게 주는 스크루지 아빠일 뿐이에요.”

 

그나마 아빠로서 내세울 대목은 ‘매일 밤 책 읽어주는 아빠’, ‘산책할 때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아빠’라는 점이다. 박총 작가는 “그리스도교 전통에 의하면 두 가지 책이 있다. 한 권은 하느님의 말씀의 책인 성경, 다른 한 권은 하느님의 창조의 책인 자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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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총

 

네 아이들은 모두 이야기를 좋아한다. 첫째 해민 군은 5년이 넘도록 <해리 포터> 시리즈를 지겹게 읽고, 셋째 해언이는 지식이나 과학 책을 더 선호하지만 대개 대동소이하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 계획은 특별하지 않다. ‘따로 또 같이’ 책을 읽으면서, 책 읽기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고루 느끼면 족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을 추천해주진 않아요.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도록 하는 쪽에 가까워요. 방과 후엔 학교 도서관에 들르도록 유도하고, 일요일엔 교회 도서관에 머물도록 합니다. 읽히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애들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둡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보고 있지요. 그래도 손을 대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1, 20쪽만 읽어주면 됩니다. 이후엔 재미있으니까 알아서들 읽습니다.”

 

“독서에 채찍과 당근은 어울리지 않다고 봐요. 책을 많이 읽히려고 혼을 내거나 보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단 얘기죠. 물론 너무 책을 안 읽고 있으면 훈계도 필요하고, 아이에 따라 스티커 같은 외적 동기 부여가 초기 독서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서는 자율적인 행위이며 즐거움의 행위여야 해요. 때론 독서가 괴롭기도 하지만 그 역시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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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꽃들에게 희망을』,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두 섬 이야기』『태일이(5권)』『피터 히스토리아(2권)』『빌뱅이 언덕』『나무를 심은 사람』, 『짱뚱이 시리즈(6권)』. 『예쁜 우리말 사전』『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등이다. 박총 작가는 각종 식물 및 동물 도감을 비롯해, 자연에 애정을 지니게 해주는 여러 책을 추천했다. 『열두 달 자연 놀이』처럼 자연과 벗하며 노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좋다”고 했다.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한 가지를 고르라 하면 책 읽기를 꼽겠습니다. 그 정도로 중히 보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좋을수록 강요하는 게 인간의 못된 버릇이지요. 책이 설렘이 아닌 혐오의 대상이 되게 하지 마세요. 좋은 것일수록 아쉬움을 남겨두세요. <채근담>에서 가장 설레는 구절은 ‘술은 반만 취하게 마시고 꽃은 반만 핀 걸 보면 그 안에 무한한 아취가 있다’입니다. 아무리 중요한들 책 읽기도 생활의 일부입니다. 삶의 다른 대목을 희생해야 한다면 이는 일종의 전체주의지요.”

 

 

부모가 먼저 독서의 힘을 믿어야죠 
김진형(생각의힘 편집장)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아빠에게는 특별한 독서 교육법이 있지 않을까? 올해 독서 계획을 “느리고 깊게, 거듭 읽기”로 세운 김진형 생각의힘 편집장을 만났다. 김 편집장은 자녀교육서 집필 제안을 받을 정도로 자녀교육에 관한 신념이 뚜렷하다. 그러나 두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법이 없다.

 

“첫째 예지는 올해 초등학생 3학년이고, 7살 막내 예서는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어요. 아이들의 독서는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아내가 거의 전담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 부부는 양육에 대한 목표는 정확히 일치해요. 가능한 공부를 즐겁게 하길 바랍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신 동네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해요. 집에는 언제나 대출받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과 엄마가 추천하는 책들로 구성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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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김진형 편집장의 아내는 시간을 정해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책의 전부나 일부를 읽고, 아이들의 상상을 덧붙여 이야기를 만든다. 가령 책의 첫 장면을 보여주고 나머지 이야기를 상상하여 지은 후 책과 비교하거나, 책을 다 읽고 뒷이야기를 덧붙인다.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가 거실 벽에 전시돼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거실 벽을 가득 채우면, 그 이야기를 아이들 각자의 파일로 묶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지은 이야기가 몇 권 분량의 두툼한 파일로 묶여 있어요. 독서와 글쓰기, 논리와 상상력은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아요.”

 

첫째 예지는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는다. 놀러 갈 때도 책을 읽을 정도라 가끔 자제시키기도 한다. 차 안에서는 책보다는 하늘, 풍경, 사람을 보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예지는 동화, 시, 지식, 역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책을 즐긴다. 최근 재밌게 읽은 예지의 책 목록에는 『책과 노니는 집』『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 등이 상위에 올라 있다. 새해에는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 전집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막내 예서는 책의 양은 누나보다 덜하지만, 훨씬 세밀하게 읽는 편이다. 상상력도 뛰어난 예서는 요즘 『건축가 로베르토』를 거듭 읽고 있다. 예서는 읽은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을 꼭 껴안고 같이 자는 버릇이 있다.

 

“아이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진 않아요. 새롭게 관심이 가는 것들에 대해 묻죠. 꽃과 나무와 새들의 이름을 묻기도 하고, 겨울에 내리는 눈이나 하늘의 구름, 한밤의 별들이 궁금해지는 거죠. 친구와 싸우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생기거나 슬프고 화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저희는 식물도감을 같이 읽기도 하고, 별자리와 그리스 신화, 구름사전이나 날씨의 원리를 알려주는 책을 빌려다 줍니다. 내 자신과 친구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책을 함께 읽고 얘기하죠. 대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필요를 말할 때, 저희는 그 필요를 채워주는 책을 찾고,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죠. 저희도 아이들의 책,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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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편집장에게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물었다. 권정생의 『강아지똥』『몽실언니』,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김서령 작가가 번역한 루이스 M.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 미하엘 엔데의 『모모』,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 등을 꼽았다.

 

“권정생 선생님의 책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자각을, ‘나’로부터 시작하여 ‘타자’에게로 확장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죠. C. S. 루이스의 이야기는 보편의 세계에서 아주 특별한 세계를 발견하도록 상상력을 자극해요. 『빨강머리 앤』과 『모모』는 ‘곁’을 지키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기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행복한 생각’을 자라게 합니다. ‘이야기’와 ‘상상력’, ‘행복한 생각’은 아이들에게 자랄 때 큰 힘이 될 겁니다. 중학생이 되면 세계문학전집을 아이의 방에 넣어줄 겁니다. 이젠 스스로 자신의 책을 찾아야죠. 성인이 되면 제가 편집한 책 중에 『공부란 무엇인가』, 『행복을 철학하다』『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를 권하고 싶어요.”

 

김진형 편집장 또한 책 읽는 환경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거실에 TV를 없애 사방에서 책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먼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항상 구비한다. 첫째 예지는 언제나 엄마를 선망하고, 아들 예서는 아빠를 유심히 관찰한다. 부모가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은 옆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든다. 김진형 편집장은 “아이들은 안다. 부모가 무언가를 말할 때, 부모 스스로가 그것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를. 아이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려면 부모 스스로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지 친구들이 종종 말하곤 해요. ‘난 책 읽는 게 제일 싫어.’ 독서가 부모의 강요나 선생님의 숙제가 될 때, 아이들이 그 즐거움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책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시키지 않아도 읽을 겁니다. ‘읽혀야 하는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 그러면서도 좋은 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죠. 우리 아이들의 호기심이 책을 만나 상상력으로 발현된다면, 아이들의 상처나 고민이 책을 만나 위로와 희망에 이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모들이 먼저, 자녀양육서가 아닌 ‘자신들의 책’을 읽는 것이 먼저 입니다.”

 

 

독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영역
권경우(문화평론가)

 

두 아이의 아빠인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자녀 독서와 관련해 “전집류를 사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한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다양한 책을 체계 없이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 아이는 특별한 독서 성향이 없다. 관심사가 변할 때마다 읽는 책도 변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굳이 책을 직접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책 읽는 환경은 필요하다고 생각, 아이가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도록 아이의 주변에 여러 장르의 책을 배치하고 있다.

 

“책 자체가 중요하기보다, 책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경험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등 기술과 속도에 저항하는 장치로써 책에 접근하기보다 각각의 매체가 갖는 특성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독서 경험상, 독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개인이 한 책을 읽고 그 책이 다른 책으로 인도하는 일종의 길 찾기이자 길 내기의 과정이 아닐까요? 독서는 '교육'보다는 '방관'의 자세를 취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아이가 청소년기에 접어 책 추천을 원한다면, 다양한 인물 평전을 소개해줄 생각이다. 위인전이 아니라 『전태일 평전』과 같은 인물 평전이다. “시대와 역사를 관통한 한 개인의 삶을 접함으로써 단편적이거나 단기간의 시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인이 된 아이에게 권하는 책은 고 신영복 선생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타자와의 관계를 살아가면서 무엇을 가치로 내세워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권경우 평론가의 2016년 독서 계획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을 뿐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병들고, 고통스러운 세상을 조금씩 만나며 이야기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부모 역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이 있다.

 

“아이와 부모가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가족과 나눈 특별한 독서 계획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장생활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가치와 믿음을 지켜낼 수 있는 주제의 책을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책을 읽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방목이 최선 아닐까요?
안병률(북인더갭 대표)

 

북인더갭은 문학, 인문, 교양 도서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피터 히스토리아』『착해도 망하지 않아』『덕후감』 등 스테디도서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늘 미디어에 대해 고민하는 북인더갭(Book in the Gap)은 책이라는 미디어에 대해 늘 고민한다. 책을 ‘고통스러운 미디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고요 속에 존재하며 아주 적극적인 침묵에 가까운 행위”라고 표현하는 안병률 북인더갭 대표. 그의 아들은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된다. 책을 만들고 파는 출판사 대표의 독서 교육은 어떨까. 고통스러운 미디어를 적극 추천하고 있을까?

 

“책을 추천하는 경우는 흔하진 않아요. 다만 편식하듯 좋아하는 책만 읽거나, 아예 안 읽는 날이 길어질 때, 종종 권합니다. 특히 방학을 맞이할 즈음엔 방학 동안 읽어보라고 몇 권 권하죠. 작정하고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은 없어요. 밥을 함께 먹을 때나 잠자리에 들기 전, 순간적으로 생각난 것들에 대해 나누는 편이죠. 토론이라기보다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아무거나 주고받습니다. 아빠도 엄마도 아기자기한 성격이 아니라서요. (웃음) 칭찬 스티커는 사본 적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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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률 대표의 아들은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고 경기 시청도 즐기는 편이다. 특히 ‘영국 EPL’ 덕후로서의 자질을 격하게(?) 보이는 중이다.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 『누구보다 첼시 전문가가 되고 싶다』 등은 아들은 직접 서점에서 사와 탐독한 책이다.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영역의 책은 열심히 읽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생각하는 축구 교과서』를 유달리 즐겨 읽었다. ‘축구 덕후’이자’ ‘삼국지 덕후’이기도 해서 황석영의 『삼국지』를 10번 넘게 읽기도 했다.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는 역사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저희에게 어떤 책이 좋냐고 물어보지 않아요. 부모는 대개 지루한 걸 추천하니까요. 아내는 출판사에서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데, 둘 다 책에 관한 업무를 하지만 아이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건 없어요. 어떤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당위나 강요는 차선인 듯해요.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아무거나 읽는 것, 그 모습에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 이런 마음이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 읽는 환경은 아주 중요해요. 정신이 넉넉하고 심심해야 책 읽을 틈이 생기니까요. 늘 거실에 TV가 켜져 있고,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보라는 소리는 할 수 없죠.”

 

북인더갭 출간 도서를 보면 아이들도 재밌게 읽을 만한 책들이 꽤 많다. 2011년에 펴낸 만화책 『피터 히스토리아』는 아들이 100번도 넘게 읽은 책이다. 안 대표의 아들은 “주인공 피터가 고뇌하고 질문하는 역사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고 자발적인 독후감을 전하기도 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글쓰기에 관심을 보인다면, 안병률 대표는 『상우일기』를 추천하고 싶다. 안 대표는 “억지로 쓰는 일기가 아닌,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기로, 우리 아이도 매우 재미있게 읽는 책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가끔 주변을 보면 독서 교육에 혈안이 된 부모들이 많아요. 독서를 대학입학이나 진로교육에 꼭 필요한 한 과목쯤으로 여기는 건 곤란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당장 돈이 나오거나 성적이 오르진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내가 즐거워서 기꺼이 행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지 않습니까? 독서도 그런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관심 갖는 책을 찾아 읽도록 내버려두었으면 해요. 성적이나 진로와 상관없이 아무거나 읽을 수 있도록, 좀 내버려두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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