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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가볍지만은 않은 남자, 시인 이환천의 문학살롱

조회11,593 등록일2016.01.18 2016.01.18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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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꼭 만나고 싶었다. 궁금한 게 많았다. 다른 글을 쓸 때와는 달리 왜 시 앞에서만 멈칫거리게 되는지. 시는 어떻게 써야 맞는 건지. 시는 무엇인지. 분명히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부터 던져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 했다. 차를 한잔 마시고 시작하겠다고 해놓고서 인터뷰를 시작해버리고 말았다. 
ⓒ 이환천 공식 페이스북

그런 나를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찬찬히 답변을 해주었다. 이환천 작가는 모를 것이다. 그의 말에 내가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얼마나 안도했는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싶은 만큼 쓰면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으니까. 


인터뷰는
             최하나 

나는누구
너는누구
인터뷰는
취조아냐
내속꺼내
너속꺼내
둘이함께
보는거지



커피믹스의 단맛과 쓴맛을 아는 사람

 개인적으로 ‘커피믹스’라는 시를 제일 좋아해요. 그걸 읽다보면 작가님도 회사생활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졸업하고 제약회사에 다녔어요. 2년 반 정도 회사생활을 하다가 외국에 나가보고 싶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고요. 그러다보니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 그리고 남들한테 들은 이야기들이 시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는 것도 저의 경험과 무관한 건 아니지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제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커피믹스’ 같은 경우에도 회사 다니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아직도 많이 거론되는 시 중에 하나예요. 아무래도 공감대형성이 되어서 그런 거겠죠?


 회사원 이환천의 모습은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직장생활은 잘 맞으셨어요?
재미있는 사람이었어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야유회나 송년회를 하면 앞에 나가서 웃겨주고 재밌는 거 하는 스타일. 제가 그랬어요. 그래서 회사사람들과는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미 웃긴 (웃음) 직원으로 소문이 나있었고요. 


 제약회사는 어떻게 다니시게 된 건가요? 언뜻 보면 이미지와 잘 매치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원래는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어요. 그러다가 전공제한이 없는 이쪽 일을 하게 된 거고요. 제가 이일을 할 거라고는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삶에 익숙해졌죠. 그런데 크게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재미있는 삶’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서른이 되기 전에 외국에 나가보자는 마음에 떠나게되었죠. 



내가 쓴 게 ‘시’라고 불리어도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고 


 
 시를 어떻게 쓰기 시작하신건가요?
시작은 그냥 학창시절에 친구들이랑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패러디해서 종이에 적고 돌려보던 거였는데 그 후에도 그냥 재미로 썼어요. 그러다가 한창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는 거기에도 올렸었죠. (웃음) 호주에 가서도 쓰다가 이럴 거면 SNS에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만 올리자하는 생각에 시작했던 건데 이렇게 반응을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지금도 아시는 분들만 아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만 좋아해주신다는 생각은 있어요. 아무튼 많이 놀랐지만 기분 좋았죠. 


 SNS 페이지와 출간 말고도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조석 작가님처럼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신가요?
지금은 포털사이트와 계약을 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해외진출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외국어로 내 시가 번역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요. 아무래도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도 괜찮을 것 같고요. 좋은 기회가 닿으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이환천 작가의 시를 시 같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터뷰를 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늘 말했던 것 같은데 제 시를 시 같지 않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알아요. 저도 아니라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반박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할 뿐이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에 대해서까지 제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시를 쓰려고 하면 더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왠지 어렵게 써야할 것 같고 나 같은 사람이 시를 써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어요.
저는 그냥 일단 쓰라고 하고 싶어요. 사실 제 시도 재미로 썼거든요. 물론 글을 쓰는 태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꼭 엄숙하게만 써야한다고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뭐든지 꾸준히 하다보면 쌓이고 그게 빛을 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받은 인상과 그의 말을 글로 완벽하게 옮기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이 이야기 하나만 하고 싶다. 그는 겸손했다.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작가라고 대접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그래도 관심을 받고 그걸로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내가 알던 ‘장난기만 많아 보이고 가벼운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인 ‘이환천’은 어떤 사람인가요?

 작가나 시인으로서가 아닌 평범한 인간 이환천은 어떤 사람인가요? (웃음)
한마디로 재밌는 사람이죠. 즐겁게 살려고 하고 항상 방향성을 거기에 두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감투를 쓰든지 삶에 대한 자세는 똑같은 것 같아요. 그리고 평범해요. 친구들하고 있으면 더 깔깔거리고 편하게 풀어지고 그래요. 다만 낯은 좀 가리는 편이예요. 연애할 때는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좀 무뚝뚝한 면도 있는 것 같고.

 

 고향인 부산이 그립지는 않으세요?
당연히 그립죠. 마음은 부산을 절대 못 떠나죠. 지금은 경기도 광주에서 살고 있지만 시간 나는 대로 고향에 내려가 보려고 해요. 친구들도 만나고 여기서는 못 먹는 것들도 실컷 먹고요. 대표적으로 돼지국밥과 밀 면은 잊을 수 없는 부산의 음식이죠. 나중에 나이 들면 고향에서 살고 싶어요. 그렇다고 여기생활이 불만족스럽다는 건 아니지만요. 



그의 말이 나는 이해가 되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을 떠난다는 건 나의 모든 것과 이별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몰된 지역의 주민들이 슬퍼하는 것도 그런 것일 거다. 나 역시 뼛속까지 인천사람인지라 어딜 가도 우리 동네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마나 좋은 곳인지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사는지를 떠벌리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이걸 천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인이 돼서 책도 내고 인터뷰도 하시고 유명해지실 거라고 상상해보신 적 있으세요?
이렇게 살 거라고 예상을 전혀 못 했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외국으로 간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졌거든요. (웃음)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말도 안 된다 싶어서 출판사에서 오는 제의를 거절했어요. 그러다가 시작했는데 계속 하고 있는걸 보면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일로 하다 보니 힘든 점도 있고 재미가 없을 때도 있어서 그건 좀 아쉬워요. 저의 삶의 모토는 재밌게 살자는 건데 그것대로 안 되니까요. 그래도 글을 써서 일정한 수입이 있고 일감이 끊기지 않아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에 대해서는 감사하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드리는 질문이지만 앞으로 10년 뒤의 모습은 어떠실 것 같으세요?
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든지 재밌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시를 계속 쓰면 좋겠고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건 방향성이라는 말이었다. 말장난 같기도 하고 나의 지나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목표’ 대신에 ‘방향성’을 가지고 사는 그의 삶은 어쩌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는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점이라면 방향성은 지금과 이어지는 선이다. 그러니까 방향성을 두고 살면 지금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꼭 무언가가 될 필요도 없다. 그가 말한 것처럼 어떤 자리에서건 그렇게 살면 되는 거니까. 생각한대로 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작가 이환천은 그걸 지키며 오늘도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이환천의 문학 살롱> 이환천 저 | 넥서스BOOKS

B급 유머와 재치 넘치는 패러디! 보는 순간 빵 터지는, 그의 시에 중독될 준비가 되었는가! “지금처럼 일할 거면 어렸을 때 X나 놀걸” 2014년 여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촌철살인의 시들이 있다. 바로 이환천의 시이다.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타이틀로 지난해 5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되었던 그의 시에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19금 이야기, 우리의 현실을 해학적으로 비튼 패러디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그의 시는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사람들 마음의 정곡을 찌르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고 있어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라고 일갈하는 그의 시에는 보는 순간 “빵”하고 웃음을 터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계속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존재한다. 책으로 만나는《이환천의 문학살롱》에는 SNS에 연재된 80여 편의 시 중 일부와 미공개 시를 포함하여 166편의 시와 이환천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카툰, 70년대 잡지 광고를 연상하게 하는 페이크 광고 등 다양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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