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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데뷰(LE DEBUT)'의 편집장 백남재, 우리는 툰드라에 피는 꽃

조회9,317 등록일2015.12.30 2015.12.30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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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독립 캠퍼스 패션 잡지 '르데뷰(LE DEBUT)'의 편집장 백남재 인터뷰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친구는 오지 않고 할 일은 없다. 뭔가를 찾아 가방을 뒤적여보지만 없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긴 싫어서 두리번거리다 귀퉁이의 책꽂이에 시선이 멈춘다. 손때가 많이 탄 잡지 하나를 들어올렸다. 생소한 이름의 패션 잡지, ‘르데뷰(LE DEBUT)’


그 한 권을 깊이 들여다본 건 아니었지만 강렬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찾아 나섰는데, 오롯이 대학생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평범한 대학생들을 위한 ‘친절한’ 패션 매거진이란다. 궁금했다. 그래서 만났다. 이 ‘친절한’ 잡지에 대해 ‘친절한’ 안내를 해줄 사람을.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 패션 매거진 ‘르데뷰(LE DEBUT)’의 편집장 백남재라고 합니다.

 ‘스냅’ 독자들에게 ‘르데뷰(LE DEBUT)’에 간단한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저희 ‘르데뷰’는 대학생들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독립 패션 매거진입니다. 현재 독립 잡지 중에서는 유일한 패션 매거진이에요. 계간지로 1년에 4번 출간하고 있습니다. 2008년 9월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29호까지 출간되었고요. 2016년 1월 8일에 30호가 나올 예정입니다.

 2016년 1월 8일에 30호가 나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내용들이 실릴지 예고해주신다면.
30호라 기획 때부터 열의가 넘쳤는데요. 이번 키워드는 이름 그대로 ‘르데뷰(LE DEBUT)’예요. 프랑스어로 ‘시작, 출발’이라는 뜻인데요. 30번째가 새로운 시작이자 출발이라는 의미인 거죠. 잡지 ’르데뷰(LE DEBUT)’와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다시 말해 저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제가 편집장이 된 후로 ‘잡지는 이제 다 죽었잖아’ 같은 말을 종종 들어요. 그런데 저희는 8년째 하고 있거든요. 얼어붙은 툰드라에도 꽃은 피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아직 생존해있다 라는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조금 더 메시지가 깊은 잡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30호는 내부적인 것들, 잡지 본연의 것들에 신경 쓰려고 하고 있어요.

 곧 출간될 30호 준비가 막바지일 텐데요. 1권이 나오기까지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계간지니까 1권의 총 제작 기간은 3개월이에요. 첫 달은 기획 회의를 합니다. 저희는 매 호마다 각기 다른 컨셉트가 있거든요.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에디터들에게 기획안을 받습니다. 기획이 잘 되어야 제작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차분하게 기획 회의를 진행합니다. 두 번째 달은 취재와 화보를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잡지에 들어갈 기본적 콘텐츠를 만들죠. 그 뒤 마지막 달은 편집 디자인 작업으로 잡지를 꾸미죠. 최종 디자인과 출판, 인쇄까지 이루어집니다.

 
ⓒ 르데뷰(LE DEBUT)

2008년 10월 창간된 LE DEBUT는 오로지 대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패션매거진으로서 3개월에 1권씩, 현재까지 총 28권의 잡지를 만들었다. LE DEBUT는 전국 스타벅스 및 서울지역 대학가 와 번화가에 배포되고 있으며, 웹진 및 리디북스로도 제작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에 대한 공감대를 공유하고자 하고 있다.


 짧게 얘기해주셔도 바쁜 게 느껴져요. 그런데 ‘르데뷰(LE DEBUT)’는 무가지로 알고 있어요. 수입이 없을 텐데, 그 동안 출판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인쇄비의 반 정도는 저희 회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꾸준하진 않지만 광고비와 부가 수입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저희 매 호의 목표는 ‘인쇄비를 갚자!’거든요. 하하. 물론 광고로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광고는 저희 내부 콘텐츠가 아니잖아요. 온전한 우리의 것이 아닌 페이지가 들어가는 거니까 저는 좀 지양하고 싶어요. 정말 순수하게 우리의 콘텐츠로 진행되는 잡지를 만들고 싶거든요. 30호의 경우는 그런 마음이 더 커요. 그래서 광고가 하나도 없는 정말 온전한 우리 잡지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습니다. 달성은 못했어요, 아쉽게도.

 그럼 ‘르데뷰(LE DEBUT)’를 판매할 생각은 안 해봤던 건가요?
당연히 했었죠. 지금은 독립 잡지가 활성화되어 있고, 전문 서점도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큰 이슈가 되진 않았어요.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거죠. 그렇다고 메이저 판매처로 유통을 하기에는 무리도 있었고, 성향도 조금 다르기 때문에 힘들겠더라고요. 조금 더 지켜보자 하는 찰나에 독립잡지 서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우리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고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곳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우리답겠다 싶어서 29호부터 입점이 되어 있죠. 많진 않고 베타 서비스의 개념으로 소규모로 입점해있어요.

 그럼 현재 입점해있는 서점은 어디인가요?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짐프리(ZIMFREE)’, 연남동에 있는 ‘헬로 인디북스’ 그리고 장충동에 있는 ‘노말에이(NOrmal A)’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저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네요.

 최근 작업들을 보니까 여러 아티스트들과 셀럽들과 작업했더라고요. 모든 구성원이 대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섭외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섭외는 어떻게 진행하고 계세요?
화보와 관련해서는 저희가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모델 에이전시와 연계가 되어 있어요. 지금까지의 저희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진행하는 화보는 믿고 해주시는 거죠. ‘에스팀’이라는 모델 에이전시에서는 신인 모델들을 오히려 추천해주기도 하십니다. 먼저 작업을 제안해오는 모델들도 있어요. 
인터뷰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문을 많이 두드리죠. 패션계에서는 그래도 저희를 알고 있는데 그 외적인 데에서는 저희를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섭외에 어려운 부분이 있죠. 대신에 저희는 선구안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하잖아요. 될 것 같은 친구들을 먼저 선점하자는 거죠. 28호에 배우 박소담씨를 인터뷰했었는데 저희도 이렇게까지 주목 받을지 몰랐거든요. 저희도 깜짝 놀란 결과였어요. 이런 부분들이 재밌는 거 같아요. 우리가 먼저 알아봤다는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끼죠. 에디터들도 재밌어 하고 더 적극적이게 되죠. 섭외는 진짜 어려운 부분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님이 생각하는 ‘르데뷰(LE DEBUT)’의 매력을 하나 꼽자면 어떤 걸까요?
음 예쁜 거죠. 물론 메이저 잡지가 하지 못하는 것들, 때론 하지 않거나 추구하지 않는 방향성을 저희는 가지고 있어요. 실험적이거나 독특한 부분이 많죠. 하지만 그보단 예쁜 게 저희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아트워크를 중시합니다. 패션 잡지가 아니라 디자인 잡지처럼 보이길 원하거든요. 해외에서 나오는 굉장히 감각적인 디자인 잡지처럼. 한 장 한 장이 예쁜 잡지. 제가 추구하는 ‘르데뷰(LE DEBUT)’는 그런 거예요. 사람들에게 말할 때도 예쁜 잡지라고 말하죠. 주변에서도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구성원들이 여자들이 많기 때문에 여성스러운 면도 있고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하죠. 멋있기보다 예쁜 느낌.

 이제 편집장님의 이야기를 좀 해보죠. ‘르데뷰(LE DEBUT)’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르데뷰(LE DEBUT)’에 지인이 있었어요. 그 덕에 영상을 만드는 아트팀에 스카우트되었어요. 26호 때 합류했죠. 처음에는 배우겠다는 의미가 더 컸어요. 직접 잡지를 만들려다가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었거든요. 이 곳에서 배우면 후에 내 것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르데뷰(LE DEBUT)’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매력이 너무 많았어요. 매거진, 특히 출판 매거진이 주는 매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더라고요. 그래서 더 욕심나고 더 열정적으로 했던 거 같아요. 그 결과로 27호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어요. 올 가을에 출간된 29호는 편집장으로서 처음 만든 호에요. 

 단기간에 편집장이 된 건데 부담감은 없으셨어요?
저는 오히려 하고 싶었어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아트워크와 텍스트 모든 측면에서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했으니 다른 친구들보다 프로세스를 잘 알기 때문에 직접 나섰죠.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날 친구에게 먼저 말을 꺼냈고 그렇게 물려받았어요.



 
ⓒ 르데뷰(LE DEBUT)


 26호부터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이 있다면요?
모델 ‘한승수’씨요. 도전 수퍼 모델 코리아에도 출연했던 모델인데요. ‘르데뷰(LE DEBUT)’와 작업을 몇 번 했었어요. ‘한승수’씨가 이란성 쌍둥이거든요. 쌍둥이 누나 ‘한지현’씨도 모델이에요. 28호에 ‘쌍둥이’를 주제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인간 ‘한승수’를 발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신선했거든요. 모델 ‘한승수’를 알고 싶은 독자들, 팬들 모두 그렇게 재미있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모델이라고 하면 도도하고 기도 셀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선입견을 깨는 인터뷰였거든요. 그가 가진 천진난만함도 보게 되고, 재미있던 경험이었어요.

 통상적인 질문이지만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에디터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커버를 못해줄 때죠. 모든 작업에 제가 따라 갈 순 없는데 촬영장에서 아니면 협찬사와도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작다고, 독립 잡지라고 에디터들이 더 욕을 먹는 경우도 가끔이지만 있거든요. 그럴 때가 가장 속상하죠. 에디터들의 고충을 들을 때마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힘든 점은 없어요.

 그럼 반대로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낄 때는요? 아무래도 완성본을 볼 때일까요? 
그렇죠. 제가 편집장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받아 보거든요. 제일 뿌듯하죠. 박스를 뜯어서 한 권을 만졌을 때 그 3개월 동안의 고통과 불화와 통증이 다 아물죠. 표지부터 매 페이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거든요. 사진 한 장을 고르기 위해 나눈 대화들도 기억나죠. 각 페이지, 모든 문장마다 제가 손을 댔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뿌듯한 거죠. 편집장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강점이고 보람인 것 같아요.  

 ‘르데뷰(LE DEBUT)’에 몸 담고 있는 동안 꼭 한 번 실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을까요?
사실 이번 30호에 하고 싶었던 건데요. 저희가 8년째 해오다 보니까 저희랑 작업했던 사람들 중에 지금 유명한 모델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김원중씨 같은. 신인일 때 저희와 작업했던 사람들과 다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기념적인 이벤트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르데뷰(LE DEBUT)’가 해왔던 작업들을 가지고 전시회를 여는 거죠. 컨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전시회를 열어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지금까지 저희랑 작업했던 모델들, 포토그래퍼들, 이전 기수들, 브랜드 매니저들 등 많은 도움 주신 분들 초대해서 소소하게 파티도 해보고 싶어요. 


 
 현재 함께 하는 사람들,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르데뷰(LE DEBUT)’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소양, 덕목은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에게 저희 잡지를 ‘욕망 덩어리’라고 소개하기도 해요. 매 페이지마다 무수한 사람들의 욕망이 들어 있거든요. 포토그래퍼, 브랜드 매니저, 에디터, 모델까지 참여한 모든 사람의 욕망이 응축되어 있죠. 그래서 여기서 자기의 욕망과 욕심을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그런 욕심이 없으면 안하거든요. 욕심이 있어야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요. 욕심이 없으면 자기만족도 없거든요. 현재 기수들에게도 막 뽑힌 16기들에게도 하고 싶은 건 ‘욕심을 내라!’ 이거죠. 꼭 ‘르데뷰(LE DEBUT)’ 안에서만이 아니라 어딜 가든 욕심 부릴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편집장님이 계시는 동안엔 혹시라도 휴간이나 폐간될 일은 없겠네요. 마지막으로 편집장님에게 ‘르데뷰(LE DEBUT)’란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르데뷰’예요. 시작과 출발. 제가 이런 매거진 일을 하는 것도 출발이고 새로운 경험이죠. 또 무엇보다 계속 하고 싶은 일이고요. 노련한 편집장은 아니지만 주관이 뚜렷한 편집장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를 에디터들이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데, 이것 자체가 저에게 새로운 출발이죠. 저에게 ‘르데뷰(LE DEBUT)’는 ‘시작과 출발’ 그 말 자체인 거 같아요.

 

 






마크 주커버그는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열정이라고 했다. 이 ‘지속적인 열정’이야말로 ‘르데뷰(LE DEBUT)’를 표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말이 아닐까. 처음 시작했던 1기부터 이제 막 합류한 16기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그들의 열정 덕에 이 ‘친절한’ 매거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니까. 무엇보다 이 열정을 든든히 받쳐줄 백남재 편집장이 있어서 ‘르데뷰(LE DEBUT)’의 2016년이 더욱 기대된다.


 

최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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