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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연평해전' 밉상 선임 ‘이병장’ 한성용,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아니에요~”

조회38,621 등록일2015.08.03 2015.08.03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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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또 그 선들이 모여 면을 이루듯이, 하나의 극에는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들어 차 화면을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조금 더 큰 점과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점이 공존한다. 배우 한성용, 어제까지의 그는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점에 불과했다.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느냐 관심이 집중되었던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6주차에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7년만에 어렵게 개봉을 한 만큼 이 영화의 대박은 2015년 국내 영화계에 ‘초대박 사건’으로 떠올랐다. 연일 '연평해전'의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주연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이병장’ 한성용의 이름이다.  



'명량', '우아한 거짓말',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분노의 윤리학' 등등. 한성용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들에 주로 조연 혹은 단역으로 등장했다. 납치범, 암살자, 살인마부터 횟집손님, 요원6, 포졸1까지 숨은 그림을 찾듯이 살펴보지 않으면 찾아보기도 어려운 작품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연평해전'은 새로운 터닝포인트다. 정의롭고 가슴 따뜻한 인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나쁜 사람. 후임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이병장’은 연평해전 당시 그 자리에 없었던 허구의 인물이지만, 사실 우리 주위의 흔한 선임이자 선배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성용의 연기는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영화 '연평해전' 속의 한성용은 작은 점이 아니다. 커다란 점으로 존재감을 각인 시킨 한성용을 만났다. 그의 연기 생활의 반 이상은 ‘나쁜 사람’이었지만 실은 참 ‘좋은 사람’인 배우 한성용을. 
 

 '연평해전'이 흥행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기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영화를 찍기 전엔 연평해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영화 촬영을 통해 연평해전을 알게 됐음에 고맙고, 이런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감사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의 연기 생활 중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 아마 이전의 작품들을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명량', '우아한 거짓말',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꽤 흥행을 했던 영화에도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을 했다. 대부분 악역이나 코믹한, 극중 감초 역할이었지만. (웃음)

 이번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그랬지만, 유독 악역을 많이 맡는 것 같다. 
눈꼬리가 올라가서 그런가. (웃음) 누군가를 괴롭히고 죽이는 배역을 많이 맡았다. 한예슬씨를 납치한 적도 있고 소지섭씨를 불구로 만든 적도 있다. '명량'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연평해전'에서도 유일하게 나쁜 사람인 이병장 역을 맡았다. 착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자꾸 나쁜 역을 하게 된다. 

 박동혁(이현우 분)을 괴롭히는 모습이 실제처럼 리얼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실존 인물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이병장은 실화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이다.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 지나친 연기가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군대도 그렇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건 누구나 그렇지 않나. 어디에나 나를 괴롭히는 선임, 선배, 상사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리얼리티를 자연스럽게 살리기 위해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을 많이 떠올렸다. (웃음) 

 괴롭힘을 당한 이현우와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닌지. 
참 속이 깊은 친구다.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데도 어떨 때 보면 꼭 형처럼 의젓할 때가 있다. 현장의 모든 스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챙기는 건 물론 연기를 할 때도 배려를 많이 해준다. 극중에서는 열심히 괴롭혔지만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는 현우랑 많이 친해졌고 현우만이 아니라 함께 연기한 진구 형, 무열 형과도 많이 친해졌다. 진구 형은 실제로 해군을 나와 경험담을 통해서 세심하게 조언을 많이 해줬다. 또 함께 출연했던 권시현, 장의수와는 같이 연기 스터디를 했다. 다음 작품을 위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수련 중이다. (웃음) 


'연평해전'(Northern Limit Line, 2015) 스틸컷

 영화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윤영하 대위(김무열 분)가 총을 맞은 상태에서도 전투를 지휘하는 장면, 한상국 하사(진구 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반지를 고르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찡하다. 촬영을 할 때는 매 순간이 절실했다. 한번은 연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상황이 정말 싫다’는 말이 나왔다. 포탄이 떨어지고 실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촬영 환경에서 ‘죽기 싫다’는 외침이 나오더라. 그 순간엔 실제로 공포스럽고 두려운 기분이었다.

 영화 개봉까지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지는 않았나.
기다림은 늘 힘들다. '연평해전'에 합류하고 3년만에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그 당시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촬영장을 떠났다. 작품을 준비하다 보면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엎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으로 유독 그런 경험이 많았다. '연평해전' 또한 개봉하는 날까지 참 많이 넘어졌다. 그래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결국 빛을 보게 됐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는 경험이 많았나?
군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던 2006년, 마지막 휴가를 이용해서 대학로 공연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다. 운 좋게도 합격통보를 받아 3개월 동안 합숙을 하며 공연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공연 리허설 중에 제작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공연이 중단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한 순간에 작품이 공중분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함께 준비하던 스텝, 배우들은 이렇게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야 되냐고 손을 잡고 울었다. 그때 처음으로 ‘공연이 엎어진다’는 말을 절감했다. 한번은 공연 10일 전에 엎어진 적도 있었는데, 수익금 일부를 장애인들에게 기부하기로 한 공연이었다. 대표를 찾아가 ‘배우들 돈 안받아도 되니까 우리가 돕기로 한 장애인들에게만 기부를 하자’고 했는데 결국 엎어졌다. 그런 상황들은 배우들에게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무려 10여년 전인 2004년에 데뷔를 했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가. 
제일 처음 연기를 접하게 된 건 초등학교 때였다. 난생 처음으로 연극을 하게 됐는데 끝나고 박수를 받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악마의 왕’같은 역할을 맡았었다. (웃음) 다른 건 모르겠는데 유독 연극 대사나 웅변 대본은 잘 외웠다. 연극 대본은 물론 웅변을 할 때도 A4용지 20장 정도의 분량을 암기했다. 그렇게 연기의 맛을 알게 됐고 고등학생 때부터 보조출연을 시작해 군대를 다녀와서 보조출연을 계속했다. 그러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대학로 극단을 찾았다. 

 부모님께서 반대하시진 않았나?
지금도 반대하신다. (웃음) 그래서 처음엔 한성대 산꼭대기에서 혼자 살았다. 1년 반을 살고 결국 부모님께 손을 빌려서 전세를 얻었다. 지금도 겉으로는 탐탁지 않아 하시지만 늘 새벽마다 기도를 하신다. 내 원동력은 그런 부모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행여나 아들이 거만해질까 늘 ‘겸손해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이다. 



 대학로 극단에 있었을 때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
대학로엔 연기자들의 혼이 널려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기억에 남는 건 극단여행자에서 우리나라 방식으로 해석을 해서 공연한 <한 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이다. 한국 식으로 ‘도깨비’라는 요소를 넣어 각색한 작품으로 아시아 전 지역을 돌면서 공연을 했다.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 해외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귀한 경험이 되었다. 

 연기자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영화 '덤앤더머'를 본 이후로 짐 캐리의 팬이 됐다. 코믹한 연기를 하던 사람이 따뜻하고 가슴 아픈 연기를 하기도 하고 지독한 악인을 연기하기도 한다. 짐 캐리의 작품들을 살펴 보면 연기의 폭이 정말 넓다는 걸 느끼게 된다.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할 정도다. 그렇다고 ‘짐 캐리처럼’ 연기하겠다는 건 아니다. 기본기를 탄탄히 닦아 그 위에 나만의 개성을 입힌 연기를 하고 싶다. 

 배우 한성용의 연기는 어떤 연기가 될까?
멋지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전달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할 땐 모두 방식이 다르지 않나. 똑 같은 상황과 배역이 주어졌을 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한성용식’의 연기를 보여주는 거다. 실제로 현장에서 애드립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기본기를 잘 닦아놔야 한다. 그래서 요즘엔 발음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배우 중에 친한 사람을 꼽는다면? 
정말 많아서 한 사람을 꼽기가 어렵다. 이번에 '연평대전'을 통해 함께 연기한 연기자들과도 친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같이 공연했던 박준후, 윤석현, 김두진, 심재균, 김희찬과도 자주 만난다. 만나면 연기 스터디를 함께 하기도 하고, 여느 남자들이 그러하듯 술 마시며 놀기도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타입인가?
친구들과 만나면 늘 밝게 장난을 치고 때론 도를 넘은 장난까지도 즐겨 하는 편이다. 짓궂은 몰래 카메라를 하기도 하고. (웃음)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해서 뮤지컬 하는 사람들, 연극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축구 팀 두세 개에 소속이 되어있다. 그들과 함께 10년 가까이 매주 축구를 해왔다. 

 그렇게 남자들이 가득한 모임만 나가면 연애는 언제 하나.
3년 전을 끝으로 연애를 그만뒀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할 줄 알았는데. (웃음) 결혼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얼마 전에 진구 형, 무열 형 커플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형수님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자리였지만 혼자 간 나는 질투가 나더라. (웃음) 본성이 좋은 사람들은 똑같이 그런 사람을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면, 나도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패션에는 관심이 많나? 평소 패션 스타일이 궁금하다.  
아마 연기를 안 했다면 옷 장사를 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옷을 살 때는 도매시장 같은 곳에 가서 산더미 같이 쌓인 옷을 사와서 잘라서 리폼을 해 입었다.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거지패션’이라고 하는 걸 보니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지 싶다. 누군가는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을 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줄 알았다’고 하더라. (웃음) 근데 나이가 들면서 스타일이 무난하게 바뀌었다. 요새 들어 다시 그렇게 한 번 입어볼까 생각 중이다.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작품 활동은 쉼이 없다. 좋은 작품이라면 작은 배역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거다. 가장 가까운 스케줄로는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다. 인디밴드 김씨아이씨의  ‘자갈치 아지매’라는 곡으로 부산에서 자갈치 파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청년을 연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조만간 미니앨범을 낼 것 같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건가?
쉬면서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일을 냈다. 윤웅대 프로듀서와 함께 2곡 정도 작업하고 있다. 찌질한 발라드 한 곡과 연애를 못해본 남자의 한이 담긴 곡 한 곳을 준비 중이다. 아, 두 번째 곡은 그 프로듀서의 이야기다. (웃음) 예전부터 노래 부르는 건 좋아했다. 신용재씨의 음악을 즐겨 듣고 요즘엔 영화 '비긴 어게인' OST에 빠졌다. 화려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듣기 좋은 음악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연기자 한성용의 꿈과 목표는? 
단역을 많이 해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실력을 키워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에겐 갑자기 나타난 ‘듣보잡’ 배우라 해도 자꾸 보면 믿고 보게 되고 또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꿈? 꿈은 멋지게 연기하다가 나중에 무덤에 누웠을 때 쪽 팔리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 l 패션웹진 스냅 권정은 사진 l 장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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