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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 종이 인형에 생명 불어넣는 ‘Dream girl’

조회15,032 등록일2015.07.17 2015.07.17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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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스모키 아이즈, 은은하게 퍼지는 핑크빛 볼, 붉게 그라데이션 된 입술까지. 살아 숨쉬는 소녀들의 얼굴보다 더 곱게 화장이 된 종이 위의 얼굴.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준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종이 위의 소녀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얗고 창백했던 얼굴이 그녀의 손이 닿으면 금세 생기가 돈다. 마치 우리가 갖가지 화장품으로 얼굴에 색을 넣는 것과도 같이. 

패션과 뷰티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소녀라면, 아마 그녀의 그림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는 <나일론>, <엘르>, <데이즈드>, <마리끌레르>, <얼루어> 등 다수의 패션 매거진을 통해 일러스트를 선보인 것은 물론 ‘클리오’, ‘에뛰드하우스’, ‘에뛰드’ 등의 코스메틱 브랜드와도 협업하며 패션&뷰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 그리고 최근에는 패션 컬러링북 『드림걸(Dream girl)』을 출간하며 ‘힐링’과 ‘테라피’로 점철된 컬러링북의 세계에 ‘트렌드’를 집어 넣었다. 『드림걸(Dream girl)』의 페이지를 넘겨 핏기 잃은 소녀의 얼굴에 색연필을 갖다 대면, 누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혹은 패션 디자이너가 된 듯한 기분에 빠지고 만다.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는 소녀의 환상을 그린다. 그녀의 그림 속엔 예쁘게 화장을 하고, 멋진 옷을 입은 소녀들이 가득하다. 찬찬히 뜯어 보면 넓은 미간, 꼬리가 치솟은 눈매, 작은 코와 긴 입술이 빼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소녀가 좋다. 무심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그 표정마저도, 자기만의 세계와 스타일이 뚜렷한 오늘날의 무수한 ‘소녀’를 떠오르게 하니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입니다. 활동한 지는 6년이 됐네요. 대학교 4학년때부터 패션 매거진에 일러스트를 게재한 이후 쭈욱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이어왔어요. 그림을 그리는 게 제 직업이고요. 최근엔 『드림걸(Dream girl)』이라는 컬러링북을 출간했어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요.
보시다시피 저는 그렇게 소녀 같은 사람이 아닌데. (웃음) 패션 일러스트를 그리다 보니 보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사실 초창기의 제 그림을 보면 지금 보다 훨씬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을 받으실 거에요. 

 패션 매거진 <나일론>을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잡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한때는 꿈이 패션지 기자였을 정도로요. 우연히 대학교 4학년때 <나일론>의 독자 엽서에 그림을 그려 보냈는데, 잡지사에서 일러스트를 그려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졸업 직전에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들 졸업 작품에 몰두할 때 저는 일과 졸업 작품을 병행하느라 꽤 고생을 했었죠. 결과적으로 한 발 앞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나일론>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엘르>, <뷰티쁠>, <얼루어> 등 다수의 매거진을 통해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2009년부터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어요. 일을 시작하고 보니 마땅한 홍보수단이 없더라고요. 잡지에서 일했던 것들, 개인적인 작업들을 하나 둘 블로그에 올렸어요. 그렇게 쌓인 작업들은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됐죠. 나중엔 블로그를 통해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나일론>을 통해 연결이 된 경우도 있었고요. 생각보다 국내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 많지 않아요.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얼굴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요. 
이상하게 저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웃음) 누구나 거울을 보다 보면 ‘내 얼굴에서 이렇게만 바뀌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 한번쯤은 하잖아요. 아마 제 그림의 얼굴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얼굴일지도 모르겠어요. 저한테 그림은 일종의 대리만족이에요. 장바구니에만 넣어놨던 구두를 그려보기도 하고 컬렉션에서 눈여겨본 옷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최근 출간한 컬러링북 『드림걸(Dream girl)』은 어떤 책인가요? 
『드림걸(Dream girl)』은 ‘세계 최초 메이크업 컬러링북’이에요. 색연필이 아닌 화장품으로도 컬러를 입힐 수 있는 책이랄까요. 책의 제목처럼 꿈꾸는 듯한 소녀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사실 전 그렇게 소녀적인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웃음) 패션 일러스트부터 꽃, 나비, 고양이, 토끼가 주인공인 감성적인 그림까지 총 96 페이지의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요?
흔히 취미를 물어보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외의 것을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림이 특기이자 취미에요. 할 줄 아는 것도 그림 그리기, 잘 하는 것도 그림 그리기, 그림을 그리는 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예전엔 꽤 활발해서 ‘레크레이션 강사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림만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는 건 손과 노트, 연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버릇처럼 하다 보니 생활이 되어버렸어요. 한번은 밤샘 작업에 지쳐 일주일 간 휴양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여행 내내 그림을 그렸다니까요. (웃음) 

 어렸을 때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만화가가 꿈이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면 지금 잡지에 제 그림이 나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것 같긴 하네요. (웃음) 어떻게 보면 이상적으로 잘 풀린 것 같아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나 봐요. 
한 때는 과했어요. 집 앞에 슈퍼만 나가도 하이힐을 신고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요즘엔 편하게 입고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스타일링을 해요. 바지 보다는 치마를 즐겨 입고요. 스트라이프 무늬를 좋아해서 똑 같은 스트라이프 패턴 아이템인데 색깔만 다른 게 몇 개씩 있어요. 빈티지 액세서리도 좋아해서 귀걸이, 반지도 많은 편이에요.

 

 

 

 

 


 패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로 이어지겠어요.
아무래도 평소에 다른 사람들의 패션이라든지 잡지, 컬렉션을 볼 때 유심히 살펴보려고 해요. 영화를 볼 때나 TV를 볼 때도 마찬가지죠. 제가 입고 싶은 스타일, 좋은 스타일을 눈여겨봐 두면 그림을 그릴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해요. 그의 그림을 보면 ‘옛날 화가들은 천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야 어떤 복잡하고 섬세한 표현도 컴퓨터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지만 과거엔 그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표현한 거잖아요. 그래서 오래된 그림들을 좋아해요. 과거의 그림들을 보면 한없이 경이로운 마음이 들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이번에 『드림걸(Dream girl)』출간을 준비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업들은 돌이켜 보면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마음이 잘 맞는 경우가 많죠. 이번 컬러링북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부담이 됐던 부분도 있었는데 출판사 팀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서 웃으면서 작업할 수 있었어요. 또 ‘클리오’, ‘에뛰드하우스’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기억에 남네요. 원래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데 제 일러스트가 화장품에 그려져 있으니 왠지 뿌듯하더라고요. (웃음) 

 메이크업 일러스트를 보면 리얼리티가 느껴지는데 실제로도 화장을 잘 하나요? 
아마 화장 지운 제 얼굴을 보면 메이크업 잘 한다고 생각할거에요. (웃음) 나갈 채비를 하다가 친구들한테 전화가 오면 ‘나 얼굴 좀 그리고 갈게. 아직 입밖에 안 그렸어’ 그러 거든요. 제 얼굴이 참 도화지 같은 얼굴이에요. (웃음) 전 화장도 그림 그리는 것 같이 느껴져요. 

 성격이 굉장히 밝은 것 같아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활발하고, 밝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게 탈인 성격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혼자 일을 하는 게 힘들기도 했는데 오래 하다 보니까 지금은 적응이 되었네요.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 ‘보리’ 덕이기도 하고요.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회사가 없으니까 일을 하고서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믿고 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래서 한동안은 경계심이 극에 달해서 집 안에 틀어 박혀서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깊은 슬럼프가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사실 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는 일은 늘 패턴이 비슷해요. 똑 같은 일을 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고 심할 땐 우울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힘이 빠질 때도 있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자기 욕심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잘 하고 있어’라고 위로를 해도 욕심이 크면 만족할 수가 없으니까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럴 때 남자친구와 고양이 ‘보리’로부터 에너지를 나눠 받아요. 그 둘은 제가 이런 저런 걱정을 쏟아 내면 걱정은 가져가고 에너지를 주는 ‘걱정 인형’같은 존재예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가 봐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내용의 메일을 정말 많이 받아요. ‘패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일은 어떤 일이든지 겉으로 보기에 늘 멋있으니까요.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남들 다 출근할 때 혼자 자유롭게 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무엇이든지 혼자 해내고, 일을 하다가 브레이크가 걸렸을 때도 모두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때로는 약속된 보수를 받지 못할 때도 있고요. 어떤 때는 일이 몰려 풍년이 되기도 하지만 어떨 땐 일이 없어 흉년이 되기도 해요. 물론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서의 대안이 있고, 누구도 못 말릴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이 일은 최고의 직업이겠죠. 저 역시 그림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매개체 또한 그림이니까요.

 혹시 지금까지 그려보지 않은 것 중에 그려보고 싶은 것은 없나요?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남자 그림을 많이 그려보려고 해요. 주로 여자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제 방에도 온통 여자 그림뿐이거든요. 믿거나 말거나 누군가 말하길, 남자와 여자의 그림이 함께 걸려 있어야 ‘음양의 조화가 맞아 잘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남자 그림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아닌 것 중엔 없나요?
동물 그림을 자주 그려요. 토끼, 치타, 사슴, 새, 특히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죠. 실제로 ‘보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어서 보리가 제 모델이 되곤 해요. (웃음) 그리고 재능기부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파고다 교육그룹에서 진행 중인 ‘한강맨션 고양이 바자회’의 홍보 일러스트를 그려왔어요. 파고다와는 조만간 일러스트 캘린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에요. 당연히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이고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지금까지처럼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더 왕성히 활동할 계획이고요. 최근 들어 포스터 제작 문의가 많아서 조만간 포스터를 제작해볼 계획이에요. 그리고 얼마 전엔 출판사와 두 번째 책을 계약했어요.『드림걸(Dream girl)』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형태의 놀이북으로 꾸며볼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먼 훗날, 당신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가끔 그런 상상을 해요. 크진 않지만 내 손때가 묻은, 내가 그린 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있는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할머니가 된 제 모습을요. 머리는 하얗게 세어서 움직임도 편하지만은 않지만, 그런 마지막 순간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드림걸(Dream girl)』: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의 뷰티 컬러링북 이보라 저 | 이덴슬리벨(EAT&SLEEPWELL)
《드림 걸》은 아름답고 개성 있는 패션 일러스트에 메이크업과 패션을 색칠할 수 있는 뷰티 컬러링북이다. 〈NYLON〉 〈ELLE〉 〈Singles〉 〈BEAUTY+〉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이보라는 시크하면서도 로맨틱한 그림체로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림 걸》에서는 그간 작업하며 쌓아온 작가의 트렌디한 감각을 살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페이지를 구성했다. 스타일리시한 인물 컷은 물론 고양이ㆍ토끼ㆍ치타 등의 사랑스러운 동물, 그리고 나비ㆍ꽃과 같은 자연물로 여자라면 누구나 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색칠하고 싶어질 것이다. 색칠을 한 후에는 페이지를 잘라 액자에 넣거나 그대로 공간에 붙여놓으면 그림 테라피와 함께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된 엽서와 스티커는 각자의 개성 있는 컬러링으로 완성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글ㅣ패션웹진 스냅 권정은 사진ㅣ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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