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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막걸리’ 안주원, 신의 직장 벗어나 찾은 진정한 꿈

조회15,376 등록일2015.06.29 2015.06.29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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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원 씨는 이태원의 막걸리 집의 요리사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문을 연 '한국술집 안씨 막걸리'는 안주원의 지인 안상현 씨가 차린 가게다. 안상현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 100여 명에게 투자를 받아 가게를 열었고 올해 초 ‘안주원’ 씨에게 셰프 자리를 제안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좋은 원재료로 요리한 음식으로 한국 고유의 맛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요리가 더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색적인 경력 때문이기도 하다. 안주원 씨는 중학생 시절 미국 유학에 올라, 미국의 명문 코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2008년 구글코리아에 입사해 '구글러'가 되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2년 6개월 뒤 그녀는 구글을 퇴사했고, 그릇닦이부터 시작해야 하는 주방 보조 일을 자처했다. 안씨는 구글 직장에서 나와 회사에서 모은 돈으로 미국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요리학교 존슨앤웨일즈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무급인턴을 지원했고, 귀국해서는 정식당 보조일을 맡았다. 

 

늦깎이 요리사 지망생 안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옥의 주방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오직 ‘요리’에 대한 두근거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경리단길, 작지만 아늑한 안씨 막걸리에서 끊임없는 행복한 딴 짓으로 새로운 꿈과 행복을 찾은 그녀, 안주원 씨를 만났다. 


 

 

 

 오랜 유학생활을 하셨다고요?

. 어린 시절 하와이를 시작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죠. 십 년 가까이 캘리포니아, 로드 아일랜드, 뉴욕 등지를 오간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유학생활 힘든 점은 없었나요?

해외에서 적응하려고 정말 미친 듯이 노력했어요. 한국음악도 안 듣고 내 안에 한국적인걸 다 버려야 했어요. 그게 힘들더라고요. 영어는 어느 정도 되고 대화를 하긴 하는데 미국 애들이 저를 받아주질 않는 거에요. 문화가 다르니까.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미국에서 10년 유학하고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땐 너무 우울했어요. 유학생활 후 취업도 못한 채로 한국에 들어오니까 퇴보한 거 같고, 유학 갔다 와서 실패한 거 같더라고요. 다시 한국에 적응하기가 너무 싫었죠. ‘되돌려놔야 한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노력한 걸 다 바꿔야 한다는 거니까. 우울한 시간이 꽤 길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에 입사하셨잖아요. 입사 후엔 달라진 점은 없었나요?

구글 회사에 입사한 뒤로도 큰 변화는 없었어요. 처음엔 구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일종의 도피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여기 들어가면 다시 미국적으로 될 수 있겠지라고요. 근데 결국 회사도 한국에 있고 한국에서 사는 거더라고요. (웃음) 그러다 보니 일도 힘들 수밖에 없고요.

 

 처음 요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구글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요리를 배웠어요. 그때 너무 행복한 거예요. 이것저것 우울한 일이 많았는데도요. 부모님도얘가 요리하더니 행복해졌어라며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신 것 같아요.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구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요리 공부를 시작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SPQR에서 인턴과정을 거친 후 귀국해서 서울의 정식당에서 일했어요.

요리가 너무 좋아서 다시 시작했고, 요리가 여전히 좋지만요. 그게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되었을 때 견뎌야 하는 딜레마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면 친구들은 예쁜 옷 입고 놀러 다니고, 결혼도 하는데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월급은 150만 원도 못 받고, 빠듯하게 생활했죠. 고시원에서 지냈는데 정말 초라하더라고요. 예전에 구글 다닐 때는 일 끝나고 레스토랑도 가고 화려하게 살았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후줄근한 차림으로 주방에서 요리하고, 컵라면 먹고 버티고 그랬거든요.

 

 정식당에서 일할 때, 편견도 많았겠네요?

아무래도 저는 요리를 늦게 시작했잖아요. 정식당에서도 저를 이방인 보듯이 했죠.  공부만 하던 고상한 누나가 얼마나 요리를 버티겠어?” 이런 시선도 많았고요.

 

 구글에서 일이 맞지 않아 갈등했을 때보다도 더 힘들었나요?

구글에서는 사실 정신적인 갈등이었어요. 정식당에서는 육체적으로까지 힘드니까 너무 서러웠어요. 한 번도 요리를 선택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는데요. 그때는 일이 힘드니까 저 자신을 못 비워냈던 거죠. 내가 유학생활하고 20년 넘게 고생한 것에 대한 미련, 여기서 겪는 서러움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행주 빨다가 너무 서러워서 울었던 기억도 있어요.

 

 

 

 

 책 『구글보다 요리였어』를 출간하고 나서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처음엔 겁이 났던 거 같아요. 막상 써놓고 보니까 나를 돌아보는 계기이런 마음이 처음에 컸었어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소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사람들에게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본인이 원하는 책 제목이 따로 있었나요?

사실은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제가 만약에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를 한 2~3년간 하고 있었으면 자연스럽게 책에 녹아졌을 텐데 이태원에 온 지도 몇 달 안됐고, 원하는 제목이 있었다면 또 출판사에게 딴 지를 걸면서 이런 걸로 하고 싶다했겠죠. 근데 이게 순수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살랑살랑한 감성 에세이도 아니고 그래 봤자 하고 싶은 일을 찾자라는 그런 분류의 책밖에 안되니까. (웃음)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안상현 대표가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안 대표와는끼니라는 수업을 듣다가 만났어요. 서로 음식을 바라보는 방향도 비슷하고, 특히 한국 음식에서 빠져있는 한국적인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도 비슷했어요. 그때 마침 저도 정식당 요리사 일을 그만두고 요리사로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지 고민할 때였거든요. 안상현 대표가 선뜻한국술집 안씨막걸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주셨고 수락했죠. 처음엔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지만 저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셔서 따라가게 됐어요. 여기 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차근차근 펼쳐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참 행복해요.

 

 오랜 유학생활에도 불구하고 한식에 대한 열망이 대단해요. 한식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요?

십년이 넘도록 유학 생활을 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무했지만 제 관심사는 한식이에요. 제일 큰 걱정은 진부한 말이지만요. 할머니 세대가 돌아가시면 이제는 기업에서 만든 장을 먹어야 되잖아요. 저는 사람이 있는 음식이 좋아요. 맛을 떠나서 누구네 김치’, ‘누구네 할머니 손맛이런 게 훌륭한 음식 문화에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요새 한식은 기반은 점점 약해지고, 겉만 화려해지는 느낌만 들어요. 사람들은 계속 화려하고 새로운 걸 찾는데 한국 음식이 화려하고 새로워야만 좋은 건 아니잖아요. 한정식이 고리타분하게 치부되는 게 싫었어요. 저는 옛날부터 계속해오던 것에서도 답이 있다고 봐요.

 

 퓨전 한식도 아니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한식의 길을 힘들지는 않나요?

가끔 외로워요. 한국 사람으로서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음식은 결국 한식이잖아요. 책을 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가지 바람이 생겼다면, 젊은 요리사들이랑 같이 장도 담그고 여행도 다니면서 여러 음식을 먹어보고 그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요리사들도 분명 어딘가 있겠죠. 만나서 함께 소통하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던 손님이 있나요?

두 분이요. 한 번은 어떤 젊은 친구가 와서 수제비 탕을 먹더니 엄마랑 먹고 싶은 맛이네하더라고요. 그때 속으로 ! 내가 드디어 목표를 달성했구나응원이 됐죠. 저는 소중한 사람과 오고 싶은 곳,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저의 VIP는 두 살 배기 아기 손님이요. 자주 오는 구글러 부부의 아들인데요.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오세요. 제가 여기서 두부랑 김치를 직접 담그는데요. (김치에 양념을 적게 하긴 해요.) 아기가 생각보다 많이 먹더라고요. 부부가 음식을 하나 더 시켰는데 새로운 음식이 나오니까 아들이 두 팔을 들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아기들은 거짓말을 못하잖아요. 그때는 정말 잊지 못할 감동이었죠. (웃음)

 

 



 한국술집 안씨막걸리는 어떠한 음식점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저는 사실 생계형 요리사라서 요리로 돈을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긴 하지만요. 요리에 대한 순수함이나 진심이 정말 커요. 돈을 벌기 위해 타협하고, 트랜디함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아요. 제 신념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한국 음식을 알려주고 나눌 수 있는 가에요. 그래서 항상 우리 가게에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한국적인 멋이 뭔가를 고민 해요.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앞에서 고민하는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나요?

어떻게 원하는 걸 찾았어?” 다들 처음에는 부럽다고 하세요. 생각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끊임없이 본인을 관찰해야 하죠. 막연히 책상에 앉아서 난 이 직업이 안 맞는데? 뭐 할까 뭐 할까?’ 생각만 하다 보면 정신병자가 되어버릴 정도로 스트레스만 늘어요.

 

딴짓하세요. 다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고민만 하지 마세요. 저는 딴짓을 정말 많이 해서 좋아하는 걸 찾게 됐거든요. 그런 과정이 복합적으로 쌓이면 도움이 돼요. 해봐야 안다는 말도 있잖아요. 게으름 피지 말고 본인에 대해 자꾸 부딪혀봐야 아는 것 같아요.

 

저는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건 자신의 선택인 거죠. 요리하면서 포기한 게 많아요.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고요. 만약 제가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삶을 살면 사랑하는 일, 요리 같은 걸 택했을 때의 희열은 포기해야겠죠. 근데 너무 그런 고찰 없이 난 불행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본인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자꾸만 돌아보면 좋겠어요.

 

 

글 패션웹진 스냅 조예지 사진 이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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