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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면 탑시다’ 김나훔 작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과감히 질러라!

조회12,742 등록일2014.07.30 2014.07.30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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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문이 열리면, 안에 탄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발부터 집어넣고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사람들. 김나훔 작가의 ‘내리면 탑시다’는 그런 무례한 사람들을 향해 거친 크로스라인(clothesline)을 날린다. 프로레슬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인 그림. 그리고 그 아래에 적인 ‘내리면 탑시다’라는 여섯 글자의 문구는 짧은 순간 강력하게 보는 이에게 작가의 의도를 전달한다. 


김나훔 작가의 그림 속엔 늘 이렇듯 일격이 숨어 있다. 그의 그림은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그 속에 적힌 짧은 문구나 제목은 왜 이 작가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한다. 매번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는 김나훔 작가는 텐바이텐과 로모그래피가 주최한 '라 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월간 CA가 선정한 '2013년이 기대되는 크리에이티브 13'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로 페이스북과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대중들과 공유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핫한 그림쟁이다. 

태양빛이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작가 김나훔과 어울리는 빈티지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스스로를 ‘방황의 아이콘’이라고 칭하고 ‘포기는 곧 용기’라며 인생철학을 말하는, 엉뚱한 그와 나눈 한 여름의 사소한 수다.


 반갑습니다. 작가 김나훔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 주세요.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하는 그래픽디자이너입니다. 충무로에서 인쇄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서 저도 제가 딱 잘라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규정하기가 어렵네요. 아티스트라는 말도 조금 부담스럽고요.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김나훔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이름의 의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고2 때였어요. 문학 선생님께서 이름의 뜻을 물으셔서 어머니께 여쭤보니 성경에 나오는 말 중 하나라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께서 임신했을 때 성경 속에서 ‘나훔’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제 이름으로 지으셨대요. 나훔은 히브리어 ‘위로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죠. 그동안 독특한 이름 때문에 늘 놀림만 받았는데 알고 보니 참 멋진 이름이더라고요. 

 현재 인쇄 일과 작가로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는 건가요?
회사에서는 주로 인쇄물을 일본에 수출하는 일을 해요. 인쇄 업체를 거래처로 두고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작업과도 연관성이 있죠. 사실 제가 이곳에서 일 하기 전에 사연이 좀 많았습니다. 한번은 PC방 알바 면접을 4곳에서 봤는데 한 곳에서도 연락을 주지 않은 적도 있어요. 그렇게 방황을 하다 지금의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제 개인 작업도 인정해 주시는 좋은 분이에요. 운이 좋았죠.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좀 다사다난해요. 공예에 관심이 있어서 호텔제과제빵을 전공했는데 디자인보다는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크나 빵을 만드는 것은, 정확한 계산을 통해 모범 답안을 맞춰야하는 일이었죠.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졸업 뒤에 일을 하면서 짬짬이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서 인터넷에 올리면 간혹 댓글이 달리곤 했죠. 일을 하는 시간보다 퇴근 후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훨씬 즐거웠어요. 그래서 당시엔 마음을 못 잡고 웹디자인, 의류 브랜드 등 이곳저곳 직장을 옮겨 다니며 방황을 했죠. 어떨 땐 일주일 만에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요. 결국 부모님께 ‘프리랜서가 되겠다’ 선언하고 몇 달 간 그림 그리기에 매진했어요. 당시 한 공모전에만 40개를 중복 출품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잘 안됐어요. 힘든 시기였죠. 

 하지만 텐바이텐과 로모그래피가 주최한 '라 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대상을 타지 않았나요? 
‘라 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한 번 크게 상처를 받은 뒤라 기대를 안 하려고 했죠. 전철을 타고 가는데 대상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들으면서 오줌 마려운 개처럼 어쩔 줄을 몰라 했어요. (웃음) 예상치 못한 일이라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인쇄 일을 시작하고 1년차 때 한 개인 작업 중 하나였는데 그 일을 계기로 자신감이 붙었죠.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나요?
만화를 따라 그리며 내 스타일로 표현하는 정도였어요. 그림 그리기는 좋아했지만 저보다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고 심지어 제 친누나와 여동생도 저보다 그림을 더 잘 그렸어요. 그래서인지 가족은 제 작품 활동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어줘요. 그림을 그리면 가족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는데 한번은 누나가 ‘네 그림엔 영혼이 없다’며 혹평을 하기도 했죠. (웃음) 그런 채찍질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요. 

 당신의 작품은 그림보다도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메시지가 더 인상적인 것 같아요. 
사실 그걸로 먹고 살죠. (웃음) 술자리에서도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데 자꾸 주변에서 소스를 줘요. 근데 또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어서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누군가 말하면 일부러 안 써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주제는 제게 의미가 없으니까요. 남들이 안 하는 것,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그리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그렇더라고요.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건 싫어해요. 왜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좋아하다가도 남들이 좋다 그러면 안 좋아하는. (웃음)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있었나요?
사진을 많이 참고해요. 원래 사진 찍는 게 취미이기도 한데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장소나 구도, 장면에 대한 자료로 삼아요.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그림을 완벽하게 그리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지금의 제 상황에 맞춘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림을 기술적으로 잘 그리는 방법보다는 다른 나라의 교육 문화나 그들의 생활, 삶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림을 잘 그리려고 하고 그 자체에 집착하다보면 결국엔 노동이 되요.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림을 그릴 때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나요?
제 그림을 보면 일관성이 없어요. 매번 웃긴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죠. 뒤죽박죽이지만 살다 보면 웃길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고 감수성이 풍부해질 때도 있잖아요? 그냥 그런 수많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해요. 



 당신의 작품 중 ‘내리면 탑시다’는 꽤화제가 됐죠. 예상한 결과였나요? 
얻어 걸려서 1년째 우려먹고 있어요. (웃음) 엄청난 반응을 노리고 그린 그림은 아니었어요. 당시 팔을 들어 올린 모습을 그리기가 어려워 그 모션을 취하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자고 일어나니 빵 터져 있더군요. 대중들의 반응은 예상할 수가 없어요. ‘내리면 탑시다’ 이후로 매번 그런 반응을 노리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제 안 나오더라고요.   

 당신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기도 한데요. 
한번은 어머니께서 제 SNS를 찾아보시곤 ‘너 5,000워짜리 양말 샀더라’ 하시더군요. (웃음)확실히 SNS의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이제 더 욕심이 난다면 작품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에요. 그 확장 영역은 오프라인이기도 하고 해외이기도 하죠. ‘내리면 탑시다’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문화의 단면이에요. 실제로 일본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왜 그 그림이 웃긴지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 나라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소스들을 다양하게 그려보고 싶어요. 

 당신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할 때 가장 기쁜가요?
좀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맘에 와 닿는 댓글은 캡처를 해놓는 편이에요. 제가 의도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다거나 하면 뿌듯해요. ‘좋아요’보다는 ‘오늘 남친이랑 헤어졌는데 빵 터졌어요’와 같은 댓글이 더 좋아요. 노래도 듣는 사람의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이 내 그림도 누군가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최근 새롭게 그려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늘 그래왔듯이 남들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무도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소한 순간들이 있죠. 예를 들면 ‘엄마, 다녀올게요’하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나 요리를 하는 평범한 순간들이요. 그런 특별하지 않은 순간을 특별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림 속의 주제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인쇄 쪽 일이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걸어 다니면서 쓸데없는 망상을 많이 해요. 생각에 잠겨 걷다가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간다고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이 동네가 조금 거칠거든요. (웃음) 굴러다니는 패키지나 버려진 간판 같은 것들은 쓸만하겠다 싶으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해요. 남들이 버리는 걸 자꾸 주워오니까 사장님께서 ‘왜 쓰지도 않을 걸 주워 오냐’고 하시곤 해요. 그런 시각적인 것을 좋아해요.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 캔이나 종이박스를 버리지 않고 모아 와요. 그건 사람들이 고민한 결과물이니까 저한텐 쓰레기가 아닌 누군가의 창작물이거든요. 그런 수집벽이 좀 있어요.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물건이 있나요?
유리컵이나 캔을 모으고 있어요. 지금 혼자 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가끔 오셔서 분리수거를 하신다고 캔을 밟아 찌그러뜨린 적이 몇 번 있어요. 진짜 쓰레기는 안 버리고 꼭 모아놓은 걸 버리시더라고요. (웃음) 최근에는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런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하는 생각에 잠길 때도 있어요.   

 인간 김나훔은 어떤 사람인가요? 주변에 가까운 지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솔직한 사람이에요. 예를 들면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걔가 너 싫어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거? 그게 더 큰 상처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고향이 강원도인데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더니 ‘너 좀 벌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방황의 아이콘이었는데 이제 일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니 다들 그런 얘길 해요. 
 
 평소의 패션 스타일은 어떤가요? 
사실 인터뷰 전에 꽤 고민을 했어요. 제가 패션 테러리스트거든요. 언젠가는 친구에게서 ‘이건 좀 버리자’는 얘기를 들은 옷도 있었죠. (웃음) 예전엔 그저 편하게 티셔츠에 팬츠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좋았는데 최근엔 중요한 미팅이 많아져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단정한 차림을 할 때도 있어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액세서리는 거의 안 해요.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방황을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전 학교 다닐 때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제과제빵도 하고 싶어서 했고 시험을 치르던 도중 나가버린 적도 있어요. 공부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늘 차선책은 있으니 절망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흔히 사람들은 인내심을 갖고 한 자리에서 오래 일하라는 말을 하곤 하죠. 만약 제가 일주일을 일하고 관뒀던 그 때, 남들의 말에 휘둘려 억지로 그 일을 계속했다면 오늘날의 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정해놓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세요. 포기란 때론 도망이 아닌 용기 있는 행동이 되기도 해요. 전 힙합 음악을 좋아해서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했고 전시회 전에 오프닝 공연을 한 적도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재능을 찾는 날이 올 거에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꿈과 작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텐데 그중 뜻 맞는 사람들과 다양한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영상,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사진 등 분야는 상관없어요. 내가 못 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니 접목에 한계는 없죠. 또 하나의 꿈이 있다면 작품성 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것이에요. 하늘을 정말 좋아하는데, 마음처럼 잘 그려지지가 않네요. 언젠가는 제가 그린 하늘이나 풍경을 본 사람들이 ‘저긴 어딜까’ 하고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글 패션웹진 스냅 권정은 사진 이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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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smksm62014-12-08 오전 11:01:33

    잘봤습니다.

  • jsmksm62014-10-26 오전 8:36:55

    잘보고 갑니다

  • jsmksm62014-09-17 오전 10:05:28

    잘 봤어요

  • angie022014-09-10 오전 1:37:17

    [베스트 컷] 용기가 필요한 순간 질러라!

  • estheryh2014-08-31 오후 5:02:04

    오우 멋지네요

  • jsmksm62014-08-29 오후 12:40:07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08-24 오전 10:57:24

    잘보고갑니다

  • crazygirl0082014-08-18 오후 12:09:48

    이름도 멋나네요

  • jsmksm62014-08-17 오전 9:22:45

    잘보고갑니다

  • angie022014-08-17 오전 12:05:59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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