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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사랑에 실패하고 파리로 건너온 삼모녀 이야기

조회7,336 등록일2014.02.07 2014.02.07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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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엥 삼모녀 사랑에 실패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파리로 건너온 캐씨의 이야기

루브르 박물관 안을 걷고 있는데, 재연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국제로밍으로 건 것이기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그런데 두서없이 그냥 지금 문자로 보낸 주소로 오라는 것이다. 그 말만 듣고 거대한 루브르 박물관을 한 걸음에 나와서는 택시를 잡는다. 믿는 친구가 오라고 하는 데 이유를 물어볼 필요도 없다.


파리에서 본 가장 잘 생긴 남자분이 모는 택시를 탔는데 아쉽게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신다. ‘제대로 그 곳까지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거리 위에 서있는 재연이가 보인다. 재연이는 나를 데리고, 10년전에 만났던 친구 아이시스(Isis)의 어머니 캐씨(Kathy), 그리고 그녀의 딸 로사(Rosa)를 만나기 위해 캐씨의 아틀리에로 올라간다.


(왼쪽부터) 캐시-아이시스-로사

캐씨는 파리의 화가이다. 주로 초상화를 그리는 그녀의 아틀리에는 그림을 그리는, 아니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할 만한 공간이다. 원 베드룸의 넓은 거실 창을 열면 센느 강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그 강 너머에 있는 노틀담 성당의 불빛이 센느 강에 비친다. 아름다운 전망에 잠자던 예술적 감성도 깨어날 것만 같다. 캐씨는 미국에서 선생님으로 살았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않아 결국 끝을 맞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는 파리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떻게 파리에 처음 오게 되었나
캐씨- 미국에서 살았는데, 사랑에 실패했다. 이혼했다. 그러고 나서 그냥 무작정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파리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25살에 비행기표값이 더 오르기 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왕복항공권이 아닌 편도만 끊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에는 아이슬랜드로 날아갔다. 금발머리에 산타클로스랑 같이 있는 여자들을 보고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서, 룩셈부르크로 날아갔는데, 거기서 파리까지 기차로 가는 것이 더 저렴한 것을 알고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에 갔다. 그 기차역에 그래피티가 참 많았는데 아직도 그 그래피티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초상화 작품이 정리되어있는 아틀리에

화가가 된 계기가 따로 있는지
캐씨- 파리에 와서 호텔 캘리포니아란 이름의 호텔에서 묵었다. 그렇게 하루를 호텔에서 묵고는 살 집을 찾으러 파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나는 선생님이었다. 한번도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룩셈부르크 기차역에서 본 그래피티에 많이 끌렸다. 그러다가 몽마르뜨 언덕에서 사람들 얼굴을 그리는 화가들을 보았다. 그래서, 따라 그려보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그려졌다. 운 좋게 그 몽마르뜨 언덕에서 사람들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을 그리면서 행복해졌다. 그렇게 사람들을 그리다보니 그랑 팔래(Grand Palais)에서 전시회도 갖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랑의 아픔이 치유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캐씨-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그 결혼이 끝났을 때 이미 더 이상은 없다고 생각했다. 파리에서 새롭게 살아야 했고 그것이 나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현재 작업 중인 노틀담 성당

초상화가 아닌 풍경화도 그리는지.
캐씨- 맞다. 재미있는 건 이 아틀리에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노틀담 성당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거의 삼십년도 넘게 매일같이 보았던 노틀담 성당이다. 한번도 그려볼 생각을 안 했었다. 사람은 움직임이 있는데, 건축물은 그대로 있어서인지 그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느 날 저녁에 창문을 여는데 매일같이 보던 노틀담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래서, 붓을 들고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 엄마에게서 자란다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아이시스- 솔직하게 말하자면 쉽지는 않았다. 나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이 아틀리에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었다. 어릴 때 물감 냄새를 많이 맡고 자랐다. 내가 자랄 때는 이 아틀리에에 지금처럼 가구와 작품이 많지 않았었다. 이 거실 한 켠에 매트리스가 있었고, 어머니는 그림을 그리시고는 거기서 쪽 잠을 주무시고는 했다. 그래도 그 때는 빈 공간이 많아서 어린 내가 뛰놀기 편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그림이 내가 여섯 살 때 어머니가 그려준 초상화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에 여섯 살의 내가 앉아있었다. 나는 종종 엄마가 그리는 그림의 모델이 되고는 했는데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익숙해졌다. 



저기 보이는 저 트레이 위에 있는 물감들 얼룩 모두 어릴 때 그대로다. 어머니는 항상 저 자리에서 물감을 섞었고 나는 그걸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어머니덕분에 어릴 적부터 포토그래퍼, 페인터 등 예술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에두아르 보바(Edouard Boubat)이라는 코닥상(Kodak Prize)을 수상한 유명한 포토그래퍼가 나를 사진 찍어주기도 했다. 1999년에 돌아가셨는데, 7년 전인 1992년에 찍어주셨다. 그런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사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고뇌를 알기 때문에 나는 예술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시스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로사 양육을 위해 잠시 일을 쉬고 있다.) 


자신의 그림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는 로사

로사는 아까부터 계속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화가라서 자기도 시간나면 자기에게 떠오르는 것들을 그린다면서, 재연이와 나를 자신의 그림이 세워진 이젤 앞으로 데려간다.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에는 노틀담 성당도 아름다운 숲도 있다. 자신이 그린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똘망똘망하게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한다. 아이시스가 로사를 부른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어느덧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캐씨는 떠나는 나와 재연이를 두고 말한다. 그 때 나를 바꾸기 위해 파리로 떠난 것은 잘 한 결정이었다고. 피카소처럼 유명한 화가가 아니더라도 내 아이를 키워내고, 내 작업을 할 수 있는 지금을 만들었으니까.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도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사랑 때문에 무너졌던 한 여인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나라를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랑과 꿈을 찾아냈다. 삶이 녹록하지 않은 물가 비싼 파리에서. 파리에서 태어난 그녀의 딸과 손녀와 함께 이렇게 그녀의 아틀리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인생의 소중한 하루를 보낸다.

캐씨의 집 밖으로 나오자 어두운 파리의 밤거리가 펼쳐진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수중에 넉넉한 돈도 없던 그녀가 어떤 부서진 가슴으로 이 거리를 걸었을 지가 그 쓴 가슴이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히 파리가 그녀를 보듬어주어서 그녀가 가진 꿈을 펼치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드니 괜시리 도시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파리야, 고맙다.


글ㅣ패션웹진 스냅 오하니 사진ㅣ함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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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nmod2014-11-03 오전 12:35:03

    멋져요...

  • jsmksm62014-09-04 오전 11:44:57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07-22 오전 11:10:02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7-05 오전 4:59:00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06-27 오후 1:44:17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04-11 오후 6:20:30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04-11 오후 6:20:29

    잘보고갑니다

  • sia4sia42014-03-22 오전 12:04:15

    잘 봤어요

  • jisujin2014-03-21 오전 10:10:02

    잘 봤어요.

  • jsmksm62014-02-23 오전 7:23:26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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