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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vol. 09 도시와 연애하는 여자

조회5,536 등록일2013.12.30 2013.12.30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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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하고 갔던 첫 만남에서 와락 사랑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내 취향과 네 취향은 다를수 있어서 남들은 대체 뭐가 좋냐는데 나는 왠지 그냥 좋을 수도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을 수 도, 혹은 제대로 알기도 전에 흥미를 잃을 수 도 있다. 가끔 생각날때 보는것으로 괜찮을 수 도, 아님 작별하자마자 미친듯이 그리워 그냥  확 살아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 수 도 있다. 너무 좋은 그 뭔가를 못잊어 꼭 돌아오게 만드는가 하면 그저 평범한줄만 알았던 상대에게 또 이런  매력이 있었던가 다시 보게 되는 마법같은  순간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건 문어발식으로 사랑해도 머리채 잡힐 일 없다는 것. 싫증나면 그냥 안 보면 그만이라는 것. 그러다 문득 다시 그리우면 내 맘대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는 것. 

뭐가 그리 간단하나고 ? 

이것은  도시와 나 사이 그 케미스트리에 관한 이야기.  

'몇 개국이나 가봤어요 ?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이런 뻔한 질문을 하는 남자라면 사람은 참  괜찮은데 내 타입은  아닐 가능성이 99프로다. 차라리 '승무원도 혹시 마일리지 쌓여요?' 하고 진지하게 물어와  빵 터지게 하는  남자가 나란 여자에겐 승률이 높달까.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있듯  여행자에게는 '거긴 진짜 내 타입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도시가 있게 마련이다.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은 '백만번 돌려봐도 지겹지 않은 영화' 와 같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취향에 관한 문제다.  그 도시의 특유의 향기만 맡아도 (그게 빠리나 뉴욕의 지하철냄새든 더운 김 훅 끼치는 방콕의 공기든.)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사랑하는 이의 품안에 확 안긴듯이 그냥 좋은것을 어쩌란 말인가. 


<영화 love actually  중 >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 

도시에 관한 한 박애주의자라 생각하지만 유난히 편애하는 곳들이 있다. 하나같이 플립플랍에 구기면 손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천쪼가리 하나만 뒤집어 쓰고 나가면 되는 '핫' 한 도시들이다. (올 겨울들어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겨울 옷을 6년째 사지 않았다.) 방콕, 홍콩, 싱가폴, 여름엔 유럽, 겨울엔 호주. 주로 여름인 곳만 옮겨다니며 서식했더니만 계절감각을 상실해서 나이먹는것도 몰랐다고 하면 내 철없음은 용서 될 수 있으려나. 어느 겨울 뉴욕 친구의 표현을 빌면 '미안하지만 홈리스같다' 던 옷을 입고 다니다가 '거긴 여름이라더라'는 말만 믿고 마이애미로 탈출한 적도 있다. 완전 내 스타일입네 어쩌네 하면서 당장 이민이라도 올것처럼 굴더니만 딱 3일 뜨겁게 사랑하곤 롱디라는 구차한 핑계로 다시 찾지 않은 찌질한 기억이긴 하다. 여지껏 숙원사업인 북유럽 꽃 미남 투어가 성사되지 못한 것도 생각해보면 순전히 긴 겨울때문이다. 동남아 노천식당에서 날개달린 바퀴와 겸상을 할지언정 나는 차도남 아니 차가운 도시 자체가 싫다. 짐싸기도 귀찮고 껴입기도 귀찮고 추운데 나가기도 귀찮다. 그렇게 귀찮아서 어떻게 사는지는 묻지마라.

여하튼  일개 회사원인지라 내가 원하는 곳만 골라 갈 수 는 없는 법. 첫 방문하는 도시는 소개팅 가듯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어딜갈까 생각하는 설렘이 있다면 어떤 도시들은 이제  오래된 연인 과도 같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짐 가방에 무릎 늘어난 잠옷 하나 휙 던져넣는다는건 다시 애정어린 눈길로 도시를 바라봐야 한다는 신호다. 어느 도시나 조금씩은 사랑스런 구석이 발굴되기를 바라는 매력이 반드시 숨어 있게 마련일지니. 

사실 ... 가는 곳마다 애인 있어요 . 

승무원은 가는곳 마다 애인있다던데요? 있지. 당연히 있고 말고. 백발머리에 지팡이를 짚고 버버리코트에 강렬한 붉은 립스틱으로 엣지있는 스타일을 완성한 멋쟁이 빠리 할머니, 시드니 뉴 타운 거리에서 만난 훤히 비치는 원피스에 검정 언더웨어를 매치한 당당한 호주 아가씨가 내 애인이라면 좀 실망인가? 심지어 사람이 아니면 어떠랴. 런던의 세컨핸드 숍, 쿠알라룸프르 클러빙후에 먹는 새벽 차이나타운 식당의 삼겹살 볶음 국수, 홍콩 어느 언덕길에 가정집으로 가장한 어떤 카페의 비밀스런 입구와 사랑해도 좋다. 애인이 꼭 남자일 필요가 있는가.  너무 '섹스 앤 더 시티'스러운 말이라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도시에 싱글녀들이 많은건 도시에 남자말고도 사랑할게 너무 많기때문이다. 이를테면 도시 자체 말이다. 아아 빨단머리 앤처럼 감탄사로 문장을 시작해야하는 그런 순간들만으로 도시는 무지개빛이 되나니.

측근이 언젠가 '겉모습은 화려하고 멋지지만 같이 살지는 못할거 같은 원나잇 같은 남자'라고 표현한 두바이에서 나는 염려와 다르게 몇 년째 잘 살고 있다. 그건 아마 내가 마음껏 다른 도시에 정신이 팔려있다가도 돌아와 짐을 푸는곳이 두바이기 때문일 것 이다. 멋지게 차려입고 굳이 어딜 나가지 않아도 오랜 친구들과 다녀온 곳들에 대한 폭풍수다를 풀어놓는 이 곳 두바이, 집이니 편안하고 며칠씩 떠나도 늘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심지어 질투도 않는. 이거 어쩌면 제일 무서운 애인인지도 모르겠다. 

첫 눈에 반했든, 오랜 시간에 걸쳐 정이 들었든 여행자에겐 누구에게나 운명적인 도시가 있다는 이야기를 이리도 길게 했다. 혹시 아는가? 어느날 상상 해 온대로 혹은 우연에 이끌려 운명의 그 곳에 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지.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투어버스에서 내려 투스카니에 집을 사버린 미국인 여주인공이나 어느날 갑자기 핀란드로 온 카모메 식당의 일본인 여주인 처럼 말이다. 아니면 도시와의 데이트 뿐 아니라 진짜 데이트도 하는 그런 여행은 어떤가? 소울메이트를 찾아 18여개국에서 80명과 데이트 (그래서 책 제목도 'Around the world in 80 dates'다.)를 추진한 전 론리 플래닛의 홍보 담당자이자 멋진 여자인  Jennifer Cox  처럼 말이다.


그녀가 사랑을 찾았느냐고?  
그건 너무나 당연한 질문 아닌가. 

당신은 어느 도시의 매력포텐에 폭 빠져 보셨나요 ? 
 

글| 패션웹진 스냅 이소정 사진| 영화 '러브액츄얼리', 도서 'Around the world in 80 d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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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smksm62014-11-14 오전 9:40:04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10-20 오전 11:55:52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4-10-08 오전 11:29:00

    잘보고갑니다

  • nanmod2014-09-25 오전 3:24:30

    애인이 남자일 필요는 없네요 ..

  • jsmksm62014-09-13 오전 9:33:02

    잘보고갑니다

  • tiga392014-09-02 오후 4:32:38

    좋네요

  • jsmksm62014-08-30 오전 7:49:06

    잘보고갑니다

  • sia4sia42014-08-12 오후 11:47:09

    잘 봤습니다.

  • jsmksm62014-08-12 오전 7:52:40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7-22 오전 11:03:45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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