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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아티스트는 무엇으로 사는가?”

조회14,575 등록일2013.09.13 2013.09.13 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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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 연수원 수석에 화이트 칼라 회사원으로 생활하다 어느 날 그림에 빠져 서른다섯의 나이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나는 보이는 걸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걸 그린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가슴에 담고 유니클로, 코오롱 옴므, 레스포삭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TV광고 KB카드 이효리 편, 할리스 커피 크리스마스 콜라보레이션 등 수 많은 작업을 마쳤다. 


24시간 그림 그리는 것도 모자라 자판까지 두드리며 온 몸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2006년 발간된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부터 최근 세상에 나온 『밤의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총 6권의 책을 집필했다. 뛰어난 감각으로 수 많은 강연과 벽화작업 재능기부, 컬럼 연재 등을 포함해 12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허연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밥장은 자기만의 확고한 공화국을 가진 사람이었다. 스냅이 지난달 7일 ‘한여름밤의 꿈’으로 가득 채워진 롯데갤러리 일산점에서 밥장과 마주앉아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기업에서 10년 동안 일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한 이력이 눈에 띈다.  

전혀 다른 인생 같지만 그것들이 서로 영향을 준거다. 1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잠복 에너지를 키운거다. 어느 순간 에너지가 발현이 된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대기업에서 배운 기획, 마케팅, 계약관련 업무였다. 내가 10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로 쓴 게 아니란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기업파트너와 계약을 하거나 자금적인 부분을 관리할 때 이전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림만 그리던 분들은 그런 업무를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계약이나 권리 문제에서 애를 먹지만 나는 별 문제없다.
 
 대화를 나눠보니, 학창시절에는 모범생이었을 것 같다. 

생각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범적으로 살았다. 그렇게 살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로 진학해서 ROTC 출신에 회사도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연수원 성적이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 그냥 평범했다. 

 처음으로 수익을 낸 그림은 무엇인가?

2005년, 36세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 처음 올린 수익은 한 여행 잡지 일러스트 기사였다. 기사 내용에 맞는 그림을 그려주면 건당 10~20만원 정도 받았다. 감격스러웠지. 그러다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2006년)이 나왔다. 일부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이런 사람이 있구나’, ‘저런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네’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 뒤로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최근 활동을 보면 수익이 대단할 것 같은데

최근 레스포색과의 콜라보를 통해 한국 단독 프린트 제품 ‘스텔라(Stellar)’를 출시했다. 작년 말인가 올해 초에 레스포색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시도를 해보자’고 하더라. 소감은 한 마디로 좋았다. (웃음) 퍼뜩 계약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더라. 내가 처음인데 계약을 이상하게 해 놓으면 다음 타자들이 그 계약에 준하게 되지 않나. 금액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할 것인지 고심했다. 예를 들면 작가와 브랜드 간의 권리 문제, 저작권은 누가 가져가는가, 어느 기간 동안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가, 작업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룰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레스포색과의 작업을 통해 ‘뜬 구름 친구의 모험(The adventure of cloud-haired kid)’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밥장 “레스포색의 경우에는 브랜드 자체가 알록달록하고 재미있는 패턴이 많다. 내 그림을 어떻게 담을지 연구하고 담당자와 합의해서 최종안이 나왔다”

 콜라보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자기 작업만 하면 자기 세계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을 그 세계로 푹 빠지게 할 수 있다. 콜라보의 경우에는 일단 나의 그림의 쓰임을 넓힐 수 있고, 두 번째로는 클라이언트파트너의 아이디어를 내 그림과 접목시키면서 ‘제 3의 새로운 형태’를 탄생시킬 수 있다. 내가 전혀 예측 못한 것들이 나오더라.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까지 내 그림이 넓혀질 수 있다는 것은 수익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보람찬 일이다. 


“내 그림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볼 수 있는, 딱 그 수준!”

 그림을 그리거나 작업을 할 때 변하지 않는 밥장 만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분명할 것 같다. 무엇인가?

나만의 것을 만들자. 남의 것을 베끼면 그 사람 좋을 일만 시키는 거다. 다른 하나는 좀 쉽게 가자는 것이다. 나부터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보는 사람들도 같이 즐겁다.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상상하면서 무언가를 그렸던 그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가져간다. 내 그림은 딱 그런 그림이다. 어릴 때보다 기술적으로 조금 나아진 것뿐이지 우주 그리고 스케치북에 끄적이던 것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밥장 그림이 사랑 받는 이유가 ‘복잡하지 않아서’ 일거다. 

그렇다. 나는 미술을 전공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그림만 그린 사람도 아니다. 그냥 그림을 보고 즐기다가 아마추어로 시작을 했다. 그래서 뭐랄까••• 어려운 건 모른다. 그리고 복잡한 건 별로다. (웃음) 가급적으로 쉽게 가려고 한다. 나의 그림이 관심을 받는데 나의 이력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분야는 다르겠지만 ‘저 친구도 하는데 나는 못할까?’, ‘나도 저 친구처럼 틀을 깨고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아티스트가 되지 말아야 한다.”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말 장난 같지만 “아티스트가 되려면 아티스트가 되지 말아야 한다.” 아티스트라는 자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틀에 박한 사람이 돼버린다. 아티스트는 틀을 깨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라는 틀에 자신을 밀어 넣는 경우가 생기는 거다. ‘아티스트라면 이렇게 생활해야 해’, ‘아티스트는 이런 작품을 내야지’, ‘아티스트는 이래야 해’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틀이다. 반대로 ‘작가인데 저런 일을 하네?’, ‘저런 경력도 있어?’, ‘작가가 왜 그림을 그려?’, ‘그림 그리는 사람이 글도 쓰네?’ 이런 식으로 틀을 깨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다. 


 본인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단한 것을 만드는 사람은 천재다. 천재는 10만명의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수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천재를 알아보기 힘들다. 천재의 생각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가 인정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다음으로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예술을 한다. 그 사람들은 동시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으니 인기도 좋다. 다음으로는 특출한 창의력보단, 조금의 솜씨가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천재성보단 약간의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요령,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나. 일상에서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간단하다. 늘 왼쪽으로 가는 사람이 오른쪽으로만 가도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운전하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늘 직장생활만 하는 사람이 전혀 새로운 동호회활동을 시작하면 만나는 사람도 달라진다. 그럼 시야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내가 창의적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기업도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원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똑 같은 일을 시키면서 “왜 창의성이 없냐”고 다그치는 것은 모순이다. “오늘은 저녁에 출근해”, 혹은 “오늘부터 직급을 싹 바꿔봐”,  “한달 간 양복 버리고 자율복장”이라고 하는거지. 누군가 “창의성은 말도 안 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엉뚱함을 좋아하면 큰 노력 없이도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사고나 행동이 굉장히 젊은 것 같다. 최근에 락페스티벌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맞다. 힘들어 죽을 뻔 했다. (웃음) 나이에 걸맞은 행동이라는 것들이 따지고 보면 남의 눈을 의식해서 만들어진 틀이다. ‘마흔되면 이렇게 살아야지’ 그런 건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나를 지우는 일인 거다. ‘나이가 몇 살 인데 이런 것을 해?’, ‘저 나이에?’ 거꾸로 난 그런 것들을 한다. (웃음) 안 하는 리스트는 자꾸 줄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이에 대한 경계가 좀 희미해진다. 그렇게 돼야 다양한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 


밥장의  『밤의 인문학』(도시남녀의 괜찮은 삶을 위한 책 처방전)


 최근 밥장의 책 『밤의 인문학』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수요밥장무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 ‘수요밥장무대’는 무엇인가?  

내가 즐겨보던 ‘수요예술무대’를 본떠 만든 ‘수요밥장무대’는 ‘인문학으로 삶을 촉촉하게’ 해보자는 취지로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손님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삶을 나누는 자리다. 이곳에서는 나눴던 얘기들을 책으로 옮겼다. 얘기를 나누는 곳은 나의 단골 술집이다. 신촌 뒷골목의 ‘더 빠(the bar)’라고 있다. (웃음) 처음 ‘수요밥장무대’를 시작한 건 품격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였다. 

맨날 술 마시면서 여자 얘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폼나는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생각에 빠졌다. 뉴욕의 대학교수들은 펍 같은 술집에서 학생들 이외의 다른 손님들에게 대학강의보다 캐주얼하고 격이 없는 얘기들을 한다고 하더라. 우리도 못할 것 없을 것 같아서 친한 단골 손님들과 함께 시작했다. 포스터도 만들고 블로그에 공지도 올렸다. 처음엔 열 몇 명 왔나? (웃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2012년 봄 열린 첫 ‘수요밥장무대’를 기억하는가. 추억과 에피소드가 남다를 것 같다. 얘기해달라.

2012년 봄이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결국 한 명은 바닥에 떡실신하고 옷과 가방을 놓고 사라져서 경찰도 출동하고 아주 버라이어티했지. (웃음)

 『밤의 인문학』의 제목처럼 ‘인문학’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심리학에서도 나오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나를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를 잘 모르면 모든 이유를 밖에서 찾게 된다. 세상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밖에 안보는 거다. 남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거다. 그래서 필요한 게 인문학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다면, 『밤의 인문학』은 어떤 책인가? 

사실 좀 과대포장을 한 책이다. (웃음) ‘인문’이라는 건, 사람에 대한 얘기 아닌가. 사람 그 자체, 인간관계, 감정, 역사 모든 것이 포함된 분야다. ‘인문학’은 수 천년 동안 쌓여왔기 때문에 그런 지식들을 조용히 조용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다 보면 어떤 실용서보다 도움이 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문제를 만났을 때 현명한 답을 얻어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밤의 인문학’은 맛보기다. 딱! 내가 경험한 수준 내에서 작가와 문장, 이야기들을 살짝살짝 던져주는 책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고급소비를 일컫는 일본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잠이야 담요 한 장으로 다리 밑에서 자도 상관없으니 일단은 원하는 스포츠카부터 사고 보자. 사흘 동안을 빵과 우유 한 명으로 때운 뒤, 나흘째는 레스토랑에 간다. 돈을 평범하게 사용할 때 얻게 마련인, 균형 잡힌 매너리즘과 가능성이라는 지평을 깨부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일점호화주의밖에 없으리라. (중략)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점호화주의론자였다.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지만 식사만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등심 스테이크를 먹으며, 옷이라고는 지저분한 낡은 양복 한 벌밖에 없으면서 스포츠카는 로터스 엘란을 갖고 있다. 눈이나 입은 작지만 코만큼은 큼직하다. 그런 일점호화주의를 지향하지 않는 한 우리 시대에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 『책을 버리고 거기로 나가자』 中

목욕탕 간이 침대에 누우면 먼저 수건으로 눈과 머리를 감싸며 마사지 해줘. 그리고 내 손이 닿지 않는 부위까지 몸 전체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세심하게 때를 밀어주지. 등을 밀고 나서는 맨소래담을 펴 바른 뒤 톡 톡 톡 가볍게 마사지를 해줘. 이렇게 해줘도 되나 싶어 알몸으로 가만히 누워 있는 게 미안할 정도라니까. 이어 비누칠하고 물을 좍좍 끼얹으며 마무리하지. 목욕비 4,500원에 때 미는 데 10,000원. 14,5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거야. (중략) 돈 쓰는 맛이 절로 나지. 

- 『밤의 인문학』 p.69 



 『밤의 인문학』에 등장하는 맥주, 아마추어, 사치품, 연애와 사랑, 쾌변, 카페 등 수 많은 키워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키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사치품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재미있었다. 사치품이라는 게 단순히 ‘비싼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에게는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가치 없는 물건들이 있지 않나. 아이들에게 게임기는 목숨처럼 소중하지만 엄마에게는 빌어먹을 것이다. (웃음) 여자에게 가방은 소중하지만 남자에겐 그냥 주머니다. 자기 취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삶의 방식을 투영하는 일종의 것들을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은 마케팅에서 나왔다. 내가 그림을 그리기 전 10년간 회사에서 신규 사업 기획과 마케팅 일을 했다. 마케팅을 하면서 배운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은 ‘돈이나 시간을 쓰면서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수요밥장무대’에서 나만의 사치품에 대한 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사치품은 무엇인지 들었다. 책에서도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 박영택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의 구절이 언급된다.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이나 기억에 남는 키워드가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사치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더라.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것 같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는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회사에 다닐 때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에 대한 동경이 컸지.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서 책을 읽기 좋은 여건이다. 일러스트라는 게 순수미술과는 조금 다르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와 일하다 보면 요구가 다양하지 않나. 패션도 있고, 어떤 날은 식료품 디자인 의뢰도 들어오고, 가방도 있고, 장난감도 있다. 그런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갖다 보니 깊이가 없을 진 몰라도 책을 많이 읽게 되더라. 그림 그리는 일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책 읽기’를 가능하게 해줬다. 실제로 책까지 쓰게 되었고.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한 권 추천해달라. 

내가 좋아하는 김한민 작가의 그래픽 노블 ‘카페 림보(2007)’를 추천한다. 우리사회를 작가의 시점으로 잘 묘사했다. 사회를 얘기하는 책들을 많지만 그것들을 자기만의 틀에서 굉장히 아티스틱하게 풀어냈다. 그림도 훌륭하고 글도 잘 넘어간다. 
책을 보면 림보(Limbo)족과 바퀴족이 나온다. 림보 족이 원하는 것은 틀을 깨고 그들 방식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고, 바퀴 족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에 치여 살면서 무엇이든 규정을 한다는 점이다. 림보 족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학을 전공했지만 작가가 되지 못한 ‘잉여’ 작가 지망생, 채식주의자이자 술을 잘 마시지 못해 ‘부적응자’로 낙인 찍힌 직장인 등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무시당한다. 그리고 이들은 ‘먹고 사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 믿는 ‘바퀴 족’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과의 싸운다. 묘사가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다. 


밥장, “목표없이 사는 것이 목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목표 없는 사는 것이 목표다. 어떤 일은 항상 준비가 필요하지만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게 오늘 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닐까. 우리 인생에는 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영화 ‘비포미드나잇’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친구가 백혈병이 걸려서 9개월 뒤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고 난 뒤에 제일 먼저 안도감이 든다고 한더라. 9개월 시한부인걸 알기 전까진 돈 걱정, 미래, 취업 걱정을 달고 살더니 말이지. 9개월 밖에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는 그 다음부턴 인생을 즐기게 되었다. 빼도 박도 못한 상황에서 그제서야 사람들 얼굴 보는 여유가 생긴 거다. 본인이 언제 죽을 지 알면 인생이 명료해진다. 돈도 다 써보고, 가고 싶은 곳도 다 가본다. 그 말이 맞는 거다. 우리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것을 평생 안 죽을 걸로 착각하면서 산다. 그러다 보니 터무니 없는 계획이 너무 많다. 계획에 사로잡히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누리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후회하기 전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아라. 난 그렇게 살고 있다.


글ㅣ패션웹진 스냅 박지애 사진ㅣ이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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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sujin2014-03-30 오전 1:00:28

    잘 봤어요.

  • jsmksm62014-02-28 오후 7:44:23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2-02 오전 8:01:24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1-28 오전 9:18:07

    잘봤습니다

  • jsmksm62014-01-06 오전 8:15:01

    잘보고가요

  • jisujin2014-01-05 오전 10:31:14

    잘봤습니다.

  • jsmksm62013-12-09 오전 7:53:28

    잘보고갑니다

  • jsmksm62013-12-02 오전 8:07:45

    잘보고갑니다

  • liooy11062013-11-08 오후 2:25:12

    전에 다른 인터뷰도 봤는데 신기하네요

  • jsmksm62013-11-03 오후 8:55:06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