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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익숙한 향기 – 비누 향과 바닐라 향

조회14,715 등록일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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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이 느끼지만 한 번 가보았던 길이나 한번 들렀던 미용실, 아니면 정육점이나 편의점, 과일가게처럼 단 한번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도 익숙해진 것이라고 가는 곳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될 것 같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지만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 그런걸 똥고집이라고 하던가? 이를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도 괜찮고(맛없는 과일을 사는 것, 머리를 이상하게 깎이는 것, 이건 정말 심각한 실패다).


유럽이나 아랍국가들처럼(향 사용량으로 치자면 아랍국가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향수 문화가 대중적인 문화로 정착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다가, 이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니까 살면서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들이 들어있는 향수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것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아니면 어색함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색한 냄새라고 했는데, 그도 그럴 수뿐이 없다. 우선 우리나라엔 향수에 널리 사용되는 향료를 얻는 식물들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소나무와 같은 나무 몇 종류하고 귤과 같은 과일들, 그리고 장미와 같은 꽃들 정도가 있다. 직접 추출해서 향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를 가보면 길가에 흔히 자라는 로즈마리 덤불이나 유칼립투스 나무, 라벤더처럼 향이 풍부한 식물들을 아주 쉽게 접해볼 수 있다. 그런 식물들은 그저 옷을 스치기만 해도 향이 배어 나올 정도다. 그러니 향료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들 향료를 이용한 향수 문화의 역사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을 수뿐이 없다. 100년은커녕 한 30년은 되었으려나. 그러니 여전히 낯설 수뿐이 없다. 가령 할머니나 할아버지, 부모가 향수를 사용한 덕분에 아주 어릴 때부터 향기와 향수에 친숙해졌었으면 향수와 향기들이 전혀 낯선 무엇이 아니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그 무엇이었을 텐데 말이다.

 

랑방 에끌라드아르페쥬와 매리미, 과일 향 향수들

 

이것도 이론이라면, 이 이론을 적용해 보면 그럭저럭 이런 사실들이 설명이 된다. 과일 향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향수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향수 E’clat d’Arpege와 같은),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비누 향을(세재나 빨래비누를 연상시키는 아주 저렴해 보이는 향이기 때문에) 가진 향수들이 많이 팔리는 이유와 같은 것 말이다.

 

데메테르 런드로맷와 제니퍼로페즈 글로우, 비누 향 향수들

 

 

이들 향수 이외에도 또 있다. 아기 분 냄새와 같은 따뜻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냄새를 지닌 향수들이 사랑 받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친숙하기 때문에. 분 냄새는 그저 누워서만 지내던 아기 때부터 맡아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불가리 쁘띠에마망과 데메테르 베이비 파우더, 아기 분 냄새 향수들

 

 

음, 그러나 한가지 머스크 향이 풍부한 향수들이 사랑 받는 이유는 이 이론을 적용하기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천연 머스크 향은 나도 맡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번 우겨보자면 사람의 체취와 가장 유사한 냄새이기 때문에, 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 그렇게 보자면 더 없이 위의 이론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될 테고.

 

그런데, 분명 유리들에겐 대단히 친숙한 향에 속하지만 늘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향이 하나 있다. 일종의 위의 이론에 대한 반론이라고나 할까? 무엇인고 하니 달콤한 바닐라 향이다. 달콤한 바닐라 초콜릿,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그만큼 친숙한 향기로 우리들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향기 중에 하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닐라 향수들이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치게 달아서? 어쩌면 그 과한 풍만함, 거기에 더해서 놀라운 지속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디 바닐라 초콜릿이 그렇던가? 바닐라 향수의 원조 격인 티에리 뮈글러의 앤젤(Angel)을 써 보셨는지? 그 확산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러니 어디 겁나서 쓰겠는가?

 

니나리찌의 리찌 리찌와 마드모아젤 리찌, 바닐라 향수들

 

 

그래서일까, 그 과한 볼륨감을 줄인 향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니나리찌의 리찌 리찌와 같은 향수들이 그 대표적인 향수들 중에 하나였다. 바닐라와 산뜻하고 시원한 꽃 향이 더해졌다. 게다가 최근에 나온 새로운 버전인 마드모아젤 리찌(Mademoiselle Ricci)는 그 달콤한 바닐라 향을 은은하게 줄이면서 우리들에게 더욱 친숙한(앞에서 이야기한) 향 한가지를 더했다. 화이트 머스크 향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전 향수 리찌 리찌에 비해서도(물론 앤젤에 비해서는 완벽한 변신이다) 날씬해지고 섹시해 졌다고나 할까? 보기 좋아졌다.
이제 과일 향과 비누 향, 머스크 향에 이은 또 하나의 친숙한 향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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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a4sia42013-10-28 오후 1:42:18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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